“가족 증인 없는 하루뿐인 청문회 왜 받나”… 한국당 후폭풍

입력 2019-09-04 23:06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도읍 자유한국당 간사가 4일 법사위 전체회의가 정회된 사이 여당에 요청했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증인 명단을 기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날 법사위는 증인 채택에 합의하지 못해 청문회 실시 안건을 의결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한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가족 증인을 채택하지도 않고 하루뿐인 청문회를 왜 받느냐는 것이다. 한국당 원내지도부는 ‘의회가 기본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당장 ‘전략 실패’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당이 청문회를 수용한 배경에는 청문회 보이콧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크게 작용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4일 합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법대로 청문회’를 고집하며 아예 안 하는 것과 여는 것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며 가족 증인 채택을 양보하면서까지 청문회를 합의한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당은 그동안 청문회 일정이 늦춰지면서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드러났고, 이를 통해 임명 반대 여론 또한 견고하게 쌓였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날 오전 진행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중진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청문회를 열자고 요청했다고 한다.

한국당 원내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내에서 청문회가 야당이 보이콧을 할 성격의 것이냐, 국회가 기본적인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었다”며 “증인이나 날짜 합의가 아쉽더라도 국민적인 의혹이 해소돼야 하기 때문에 청문회 합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일 조 후보자의 일방적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던 변명을 반박하기 위해서라도 청문회 자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청문회 이후에는 국민에게 조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는 것을 알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간담회 이후 검찰 수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청문회 발언이 수사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를 지켜본 검찰은 전날 딸이 받은 동양대 총장상과 관련해 곧바로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대학 연구실과 이 대학 총무팀 등을 압수수색했다.

다만 이런 원내 판단과 별개로 당내에서는 ‘실패한 협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청문회에서 결정적 한 방이 없을 경우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제원 의원은 “굴욕적인 청문회, 백기투항식 청문회에 합의했다”며 “이미 물 건너간 청문회를 해서 그들의 ‘쇼’에 왜 판을 깔아주려고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도 “여당 2중대를 자처하는 괴이한 합의”라며 “마치 조 후보자 임명의 정당성을 확보해주는 것 같다. 이제 (나 원내대표는) 야당을 그만 망치고 즉시 내려오는 것이 야당을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한국당 의원은 “이번 협상은 잘못했다. 한국당 체면이 엄청 깎였다”며 “다만 추석 연휴까지 계속 조국 이슈를 가져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전체적인 전략에서는 실패한 게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심희정 김용현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