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로 큰 병원 가면 진료비 ‘폭탄’, 대형병원 쏠림 막는다

입력 2019-09-05 04:09

앞으로 감기 같은 경증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가면 진료비를 지금보다 더 내야 한다. 환자가 동네 병·의원 의사 판단 없이 자의로 상급종합병원에 진료를 의뢰할 경우 진료 순서에서도 밀린다. 상급종합병원도 경증환자를 진료하면 수익이 줄고 상급종합병원 재지정에서 불리해진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4일 발표했다.

우선 병이 심하지 않은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 가면 진료비를 더 내게끔 한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경증환자에게 적용하는 본인부담금을 현 60%에서 단계적으로 올린다. 연간 지출한 의료비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해당 초과분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내주는 ‘본인부담상한제’에서도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한 경증환자는 혜택을 볼 수 없게 된다.

상급종합병원은 병·의원 의사가 의뢰·회송시스템을 통해 직접 진료의뢰서를 제출한 환자를 환자 개별 판단에 따라 발급 받은 의뢰서를 제출한 환자보다 우선 진료한다.

복지부는 대신 중증환자 진료에 대한 수가를 높이는 쪽을 검토하기로 했다. 중증환자 위주로 심층진료를 시행하는 병원에 대해선 종별가산율과 입원료를 높여주고 심층 진찰료를 산정하는 등 별도의 수가체계를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내년 상반기 시행한다.

경증환자를 진료한 상급종합병원은 수익뿐 아니라 상급종합병원 재지정에서도 불리해진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항목 중 중증환자가 전체 입원환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종전 21%에서 30%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반대로 전체 입원환자에서 경증환자가 차지하는 최대비율은 16%에서 14%로 낮춘다. 중증환자를 많이 진료해야 평가점수가 높아지는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지정돼 있는 상급종합병원 42곳 중 30곳은 이 강화한 기준에 못 미친다”며 “상급종합병원을 유지하려면 중증환자 비중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명칭도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종합병원’으로 변경한다. ‘상급’이란 단어가 자칫 병원 간 순위를 매기는 것처럼 오해될 소지가 있고, 중증환자를 중점적으로 진료하는 병원이란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명칭 변경을 위한 의료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복지부는 전했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진료 의뢰가 쏠리는 걸 막기 위해 의뢰 수가도 차등 적용한다. 병·의원이 같은 지역 내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서울·수도권으로 진료를 의뢰하면 수가를 적게 받도록 하는 식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