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사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입 정시 비율 확대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가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을 수행하고 귀국한 이후 교육부 내부 회의를 거쳐 나온 발언이어서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여진다. 문 대통령의 ‘대입제도 전반 재검토’ 지시가 정시와 수시 비율 재조정 의미로 받아들여지면서 교육계가 시끄러워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 부총리는 4일 동북아역사재단 심포지엄에 참석한 자리에서 정·수시 비율 조정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지금 수시와 정시 비율이 마치 곧 바뀔 것처럼, 조정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오해이고 확대 해석”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학생부종합전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해 곧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유 부총리 주재로 대입제도 개편 방향과 범위, 시점 등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박백범 차관, 기획조정실장·고등교육정책실장·학교혁신지원실장 등과 대입 담당 실무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부총리는 1∼3일 문 대통령의 태국 방문을 수행한 뒤 전날 저녁 귀국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불공정 입시 의혹은 학생부종합전형을 비롯한 수시제도 전반의 공정성과 정당성을 훼손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공정의 가치는 특히 교육 분야에서 최우선 과제”라며 대입제도 개편을 주문하자 논란은 증폭됐다. 특히 정시 확대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였다.
유 부총리는 그러나 “정시와 수시 비율을 조정하는 문제로 불평등과 특권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장기적인 대입제도와 관련해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정시 확대 논의에 선을 그었다. 이어 “2022학년도 대입개편 방안은 (지난해 8월) 발표한 대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대책은 단기와 중장기로 구분돼 추진될 것으로 전해졌다. 중장기 대책은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 대책은 지난해 대입개편 과정에서 나온 방안을 강화하는 방식을 모색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수상경력과 자율동아리, 봉사활동 학생부 기재가 막힐 수 있다.
지난해 교육부는 수상경력 등을 학생부에 쓰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공론화 과정에서 수상경력은 학기당 1개, 자율동아리는 학년당 1개, 봉사활동은 실적만 기록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자기소개서도 없애려고 했으나 공론화 과정에서 간소화하는 걸로 결론 났다. 유 부총리는 “이미 지난해 발표한 내용에 자소서나 학생부를 대부분 축소·단순화했다. 그 부분을 더 보완할 수 있는지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문 대통령 지시 이전부터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대통령의 한 마디에 입시가 오락가락하는 교육계의 대표적 ‘적폐’를 문재인정부도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유 부총리는 “순방 중 대통령과 이 문제에 대해 말씀 나눌 기회가 전혀 없었다”며 “최근 이런 문제(조국 딸 입시 의혹)로 저희가 고민하고 있던 안을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