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국사 지하에 위치한 통신구에서 비정상적인 온도 상승이 감지된다. 화재 발생이 의심되자 천장에 설치된 레일형 로봇이 빠르게 해당 지점으로 이동한다. 로봇의 열화상 카메라와 고해상도 카메라가 현장의 상황을 5G 네트워크로 실시간 중계하고, 로봇에 탑재한 소화기로 진화에 성공한다. 이 과정이 모두 3분 안에 이뤄진다.
5G에 연결된 인공지능(AI) 로봇이 통신시설의 화재를 감지하고 진화하는 통신 인프라 관리기술이 공개됐다. 아현국사 화재를 겪은 KT가 혁신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사태 재발을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KT는 4일 대전 대덕연구단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5G·AI·빅데이터 등 ICT 기술을 바탕으로 통신 인프라 운용효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운용기술 등 개발중심에는 ‘OSP 이노베이션센터’가 있다. OSP(Out Side Plant·외부 통신시설)는 통신구, 통신주, 맨홀 등의 기본적인 통신 인프라를 일컫는다. 센터는 지난 7월 대덕 연구단지에 축구장 11개 크기(약 7만6000㎡) 규모로 구축됐다.
현재 KT가 운용·관리하는 OSP는 전국에 통신구 230개(286㎞), 통신주 464만개, 맨홀 79만개에 이른다. 5G로 모든 데이터와 사물, 사람이 연결되는 이른바 ‘초연결사회’에서 OSP 운용의 효율성과 안정성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KT는 아현국사 화재로 인한 ‘통신 두절 사태’를 겪었다. 이 화재로 서울 서부 지역 일대에서 모바일과 유선전화, IPTV, 카드 결제 등 유무선 통신망이 마비됐다.
KT는 이날 로봇으로 통신구 화재를 감지 및 진화하고, AI로 맨홀을 관리하는 OSP 관리 혁신솔루션을 공개했다. 기존 솔루션은 상황 발생 시 감지만 가능해 실시간 대응이 어려웠다. 이번에 새롭게 개발한 ‘화재감지 기술(CTTRS)’을 통해 인력이 현장에 출동하지 않고도 조기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업무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KT는 기대하고 있다. 또 통신구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유독가스 등으로 안전이 위협을 받을 일도 점차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인명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온 맨홀 작업 역시 5G 로봇과 AI 기술을 통해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침수감지 기술(MFRS)’이 접목된 360도 카메라와 유해가스 센서로 맨홀 내부를 확인하고, 자율주행 로봇이 양수 조치를 수행하게 돼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황창규 KT 회장도 이날 현장을 방문해 기술 시연 과정을 참관했다. 황 회장은 “잠깐의 방심과 자만으로 아현화재라는 큰 상처를 낳았다”며 “유선 인프라의 가치를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된 만큼 아픈 과오를 씻고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KT의 모든 역량과 기술을 결집해 네트워크 인프라 혁신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KT는 그동안 설계·운용·관제·장애복구 분야의 전문 인력들이 쌓은 노하우가 축적된 빅데이터 기반의 차세대 OSP 관리시스템 ‘아타카마(ATACAMA)’도 공개했다.
KT는 향후 기술 테스트를 거쳐 전국 현장에 적용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KT 네트워크부문장 오성목 사장은 “기술에 대한 검증은 끝난 상태로, 연구소와 상용화를 위해 가격을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각 국사의 형태에 맞춰 실제 통신구에 최적화하는 작업을 거쳐 2~3년 안에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