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장기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가 재선되면 중국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시간끌지 말라고 경고했다. 무역전쟁 초기 극도로 저자세를 보이던 시 주석이 완강하게 버티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조급해하는 구도로 바뀐 듯한 분위기다. 내년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양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4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중앙당교 간부 양성반 연설에서 “지금 세계는 100년 만에 대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가볍게 실현되는 게 아니며, 위대한 꿈을 이루려면 위대한 투쟁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어 “우리가 직면한 각종 투쟁은 장기적인 것이며 최소한 두 개의 백년 목표(공산당 창당 100주년·신중국 건국 100주년)를 실현하는 전 과정에 수반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언급은 국영기업 보조금 철폐 등 체제 변화까지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굴복하지 않고 ‘장기전’ 태세를 굳히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앞서 중국 전·현직 지도부들의 비공개 회의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후에도 “새로운 대장정의 길을 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부의 대미 강경 노선에 대한 입장 정리가 끝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 내에서는 내년 대선까지 버티면 오히려 곤혹스러운 쪽은 트럼프 대통령이고, 무역전쟁 여파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이런 기대와 의도를 직접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내가 재선되면 중국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하루빨리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미국 뜯어먹기를 계속하기 위해 새 행정부를 상대하고 싶어하겠지만 16개월은 중국 일자리와 기업이 견디기에 긴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가 선거에서 이겼을 때 중국에게 협상은 더욱 더 어려워진다”며 “그동안 중국의 공급체인은 무너지고 기업과 일자리, 돈은 사라지고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최근 미국의 경기둔화 조짐이 보이는데다, 중국의 농산물 구매 중단에 따라 자신의 텃밭인 백인 농부들의 민심이 심상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중국이 버티기에 들어가자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조바심을 느끼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