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AI·빅데이터·IoT 등 신기술 투자 ‘빗장’ 풀린다

입력 2019-09-05 04:03

금융회사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길이 본격적으로 열린다. 정부가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불확실한 기준을 재정비했다. 이미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발 빠르게 핀테크 기업 인수전에 뛰어들고 있어 국내 금융회사도 뒤처져선 안 된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4일 ‘금융회사의 핀테크 투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앞으로 2년간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금융회사가 출자할 수 있는 핀테크 기업의 범위를 대폭 넓히고, 핀테크 투자에 실패해도 고의·중과실이 없다면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게 골자다.

먼저 금융 당국은 금융회사의 핀테크 기업 출자 규제를 ‘포지티브 방식’(일부만 허용)에서 ‘네거티브 방식’(일부만 제외)으로 전환한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 문호가 열리게 된다. 금융 분야 데이터산업, ICT 기업을 비롯해 금융 당국이 추진하는 혁신금융사업자와 지정대리인도 투자 대상에 추가된다.

현행 금융 관련 법령은 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해당 업무와 관련 없는 비(非)금융회사에 출자하는 걸 제한하고 있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금산분리) 원칙을 규정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비금융회사 주식의 ‘5%+사실상 지배’나 ‘20% 초과소유’ 등이 금지돼 있다.

금융 당국은 이런 ‘규제 일변도’로는 핀테크와 금융산업의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금융회사의 핀테크 기업 출자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압도적 고객 네트워크와 기술경쟁력을 갖춘 빅테크(Big Tech)가 금융산업에 진출하고 있다”며 “국내 금융회사도 ICT 기업 투자 등으로 경쟁과 혁신을 제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금융 당국은 핀테크 출자 승인 기간도 줄인다. 기존 최대 2개월까지 걸리던 회신 기간을 승인 여부에 상관없이 30일 이내 회신키로 했다. 금융회사가 출자 가능한 핀테크 업종에 대해서는 직접 부수업무로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 금융회사 임직원이 핀테크 투자에 실패해도 고의·중과실이 없다면 적극적으로 제재 감경·면책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는 고객 편의성과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고, 핀테크 기업은 신규 진입, 기술개발 요인이 증가하는 효과가 날 것”이라며 “관련 법령의 개정 등은 가이드라인 운영 상황 등에 따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