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우리나라 중공업을 대표하는 도시다. 이곳에 자리잡은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산업은 대한민국발(發) 고도성장의 원동력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수년전부터 불어닥친 조선업 불황, 세계경제 침체로 인한 자동차와 석유화학 산업의 하락세로 울산 경제는 어두운 터널로 진입하게 됐다. 이런 울산이 새로운 신성장·동력 산업 찾기에 올인하고 있다. 꺼져가는 지역경제의 불꽃을 다시 살리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 울산시의 수출액은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할 정도였다. 최선봉에서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었고, 경제 활기와 고용의 표상이자 상징이었다.
그러나 7~8년 전부터 울산의 3대 주력산업이 무너지며 내리막길을 걸어오고 있다. 지난해 울산 수출액은 748억 달러에 그쳤다. 장기 불황으로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협력회사들은 큰 어려움에 처해 있고, 자영업자들은 눈물을 머금고 폐업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다. 울산의 부동산은 매도는 넘쳐도 매수가 없어 매매가 전무한 암흑의 상황을 맞고 있다.
올해 2분기 울산지역 인구는 114만 6000명으로 2282명의 인구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다. 타 지역으로 일자리를 구하러 이동하는 경향이 인구 순유출로 반영되면서 울산은 2015년 12월 이후 한 차례도 순유입이 없다. 이처럼 울산은 위기를 겪고 있지만 대안도, 새로운 시도도 없었다. 확실한 것은 장기적으로 이대로 가면 모두가 죽는다는 사실만 인지하고 있었다.
산업화를 거치며 한때 죽음의 강으로 불리던 울산 태화강이 최근 국가 정원으로 지정됐다. 울산의 산업도 신성장 산업을 도입, 제 2의 태화강의 기적을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1년 동안 주력산업 보완과 산업 체질 개선을 위해 ‘세븐 브릿지(Seven Bridges)’라고 불리는 7가지 성장다리, 즉 7가지 미래먹거리를 발굴하고 추진 기반 조성과 공감대 확산에 주력해 왔다.
울산 미래를 여는 7가지 성장다리는 2025년 1GW급 발전단지 조성을 목표로 하는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2030년 세계 최고 수소 도시 구현을 위한 수소 경제, 원전해체연구소 유치, 울산 외곽 순환도로, 울산형 일자리 등이다. 이중 부유식해상풍력발전, 수소경제도시, 울산형 일자리는 울산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다.
부유식해상풍력발전 사업은 정부·울산시 주도 부유식 해상풍력 국산화 기술 개발과 민간주도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등 두 가지 전략을 동시 추진중이다. 현재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앞바다에 750㎾급 ‘파일럿 플랜트(실험설비’)가 설치중이다. 울산시는 오는 10월 국내에서는 처음이고, 세계 7번째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또 지난해 6월부터 5㎿급 대형 부유식 풍력발전기 설계기술과 200㎿급 부유식 풍력단지 설계·평가 기술개발도 진행중이다. 이와 별도로 정부가 올해부터 2026년까지 5900억여원을 들여 추진중인 ‘부유식 해상풍력 실증사업’은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돼 지난 2월부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풍력발전과 함께 수소산업도 다른 지자체보다 앞장서 선점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도 올해 1월 울산을 방문해 울산이 수소 경제 중심지라고 강조하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시는 수소전기차 생산기반 구축, 수소 융·복합 밸리 조성, 수소 전문기업 소재부품 산업 육성,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 수소제조 저장 능력 확대 등 10대 계획을 차근히 추진하고 있다. 2024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수소융합기술연구소가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문을 열어 수소 관련 원천기술 연구개발 실증 및 보급 사업 등을 수행한다.
시당국은 거시적 경제정책도 중요하지만, 높은 실업률과 인구유출 등의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게 우선과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울산형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울산형 일자리는 현대모비스가 3300억원을 투입해 전기차 배터리시스템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립하면서 800명의 인력을 채용하는 지역형 일자리 사업이다. 울산에 대규모 자동차 부품공장을 건설하는 현대모비스는 대기업으로는 처음 ‘유턴 투자’를 하는 사례라고 울산시 관계자는 전했다.
현대모비스의 이번 투자로 지방세수는 연 165억원이 증가하고 현대모비스의 연매출 실적을 감안하면 최대 1만여명 이상의 직·간접 고용유발효과도 예상된다. 시는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친환경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중견기업을 대거 유치해 일자리를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모비스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현대자동차와의 협력을 통해 울산의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됐다.
울산시는 아울러 올해부터 10년간 중장기 계획으로 기술강소기업 허브화 사업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2028년까지 기술강소기업 500개를 유치하고, 일자리 1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골자다. 울산시는 기술력을 가진 기술강소기업에 입지, 장비, 고용 분야에 인센티브를 지원하기 위해 울산시 기업 및 투자 유치 등에 관한 조례와 시행 규칙을 7월 개정하고, 보조금 지원 지침도 마련·시행 중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경제가 역동성을 되찾고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어 다시 ‘대한민국 경제수도’로 비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철호 울산시장 “시민이 희망하는 새로운 울산을 완성해 나가겠다”
“거센 바람, 칠흑 같은 어둠을 뚫으면서 배가 가라앉지 않고 앞으로 가게 하는 선장의 심정입니다.”
송철호(사진) 울산시장은 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장기불황을 겪는 울산을 이끌어 가고 있는 마음을 이같이 표현했다. 한마디로 마음이 엄청 무겁다는 것이다.
울산시는 작년 7월 민선 7기 이후 ‘글로벌 에너지 허브도시, 울산!’을 만들기 위해 부유식 해상풍력산업 육성, 수소경제 생태계 조성, 동북아 오일&가스허브 구축, 원전해체산업 육성 등 4대 핵심 사업에 역점을 두고 추진 중에 있다. 현재 겪고 있는 울산의 불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력산업을 고도화하면서 미래먹거리가 되는 산업의 발굴이 시급하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송 시장은 “지난 1년간 울산의 경기를 살리기 위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력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나름의 성과도 있었고 미진한 부분도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미진한 부분에 대해 앞으로 더욱 주력해서 시민이 희망하는 새로운 울산을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는 경제가 살아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문제이지만, 시민 삶의 질과 직접 연관된 만큼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면서 “최근 울산에 유치한 현대모비스 공장처럼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한 울산형 일자리 모델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또 울산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산업도시의 한계를 넘어 산업과 문화관광이 융합된 ‘산업문화도시’로 변모시켜 나갈 계획도 가지고 있다. 송 시장은 “울산은 산업도시이지만 태화강 백리대숲이라는 천혜의 자연과 반구대암각화 등의 유구한 역사문화 유적을 갖추고 있다”며 “문화도시로의 무한한 잠재력을 보유한 만큼 이를 토대로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을 방침”이라고말했다.
송 시장은 “취임 후 지난 1년 동안 새로운 시정의 방향을 설정해 온 만큼 지금부터는 단기적인 성과창출과 장기 프로젝트의 추진여건 조성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한 민간투자와 정부지원, 산학연 협력, 시민참여를 최대한 이끌어내고 다시 사람이 모이는 새로운 울산을 완성하겠다”고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