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컷] 지구상에 존재했던 사라진 국가들 이야기

입력 2019-09-07 04:03

아덴만에서 내륙으로 120㎞ 정도 들어간 지점엔 한때 ‘상야파’라는 국가가 있었다. 국가가 존속한 기간은 1800년부터 1967년까지. 나라의 면적은 1600㎢로 제주도와 비슷했고, 인구는 3만5000명 수준이었다. 상야파는 20세기 중반 군주가 암살을 당하면서 남예멘인민공화국에 편입됐다.

저 사진은 상야파 정부가 나라가 사라지기 직전인 67년 9월에 발행한 우표다. 프랑스 화가 에드가 드가가 남긴 작품을 도안으로 썼다. 그런데 희한한 건 상야파에선 당시 우편 제도가 없었다는 점이다.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없는 곳에서 우표가 만들어진 건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상야파 정부는 희귀한 우표를 구하는 수집가는 세상에 널렸으니, 우표를 만들면 나라살림에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

‘오래된 우표, 사라진 나라들’에는 이렇듯 19세기부터 지난세기까지 지구에 존재했던 사라진 국가들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비아프라 오보크 써당 주비곶 보팔 동카렐리야….

이름부터 낯선 나라가 많은데, 저자가 이들 국가의 흥망성쇠를 살피는 데 활용하는 도구는 바로 우표다. 우표는 나라가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건축가이자 우표 수집가인 저자는 희귀 우표와 닮은 진귀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기 전, 머리말에 이렇게 적어두었다.

“이 책을 잠자리에서 읽는 동화 모음집 정도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꿈을 살찌우고 잠에 솔솔 빠져드는 용도로 쓰시면 좋지 않을까요?”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