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모자 피살 유력 용의자 차남 극단적 선택 추정

입력 2019-09-03 23:07

80대 노모와 지체장애인 형을 살해한 혐의를 받던 50대 남성이 3일 서울 강동구 인근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상당 기간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몸이 불편한 노모와 형을 돌봐왔지만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가족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강동구 광나루한강공원 수중에서 A씨(51)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타살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여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있다”며 “유서는 발견하지 못했고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씨를 지난 1일 발생한 ‘강서구 모자 살인 사건’ 용의자로 보고 쫓고 있었다. 당시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에서 88세 노모와 아들(53)이 심한 외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 주변에 혈흔이 묻은 둔기가 있어 타살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경찰은 평소 이들을 돌봐온 둘째아들 A씨가 연락이 되지 않자 여러 정황을 고려해 그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아파트 입구 CCTV 등을 분석해 둘째아들을 추적했다”며 “행방을 찾았을 때 그는 이미 한강에서 숨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둘째아들 A씨는 그동안 일용직으로 일하며 노모와 지체장애인 형을 돌봐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엔 형의 몸 상태가 나빠지는 바람에 그마저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요양보호사와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저녁과 새벽 시간대에 자신의 형을 돌봐야 했기 때문이다. 노모 역시 최근에는 몸이 불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모자는 20년 가까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장애인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받으며 생활해왔다. A씨 가족에겐 이것이 수입의 전부였던 셈이다. 경찰은 이런 상황을 감안해 둘째아들 A씨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극단적 선택을 한 건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혐의가 입증되면 조만간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