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어머니가 교수 재직하는 동양대서 ‘총장 표창장’

입력 2019-09-04 04:03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씨가 어머니가 교수로 있는 대학에서 총장 표창장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2015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할 때 자기소개서에 이 수상 내역을 기재했었다. 조씨가 부모와 인연이 얽히는 대학에서 선의의 장학금을 받거나 이례적인 경력을 쌓은 사실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조 후보자의 2일 해명 기자간담회를 지켜본 검찰은 조 후보자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대학 연구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 속도를 다시 높였다. 고교 시절 조씨를 지도한 뒤 의학논문 제1저자로 선정했던 장영표 단국대 교수를 소환해 조사했고, 조씨의 해외 봉사활동 이력 진위를 살피기 위해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도 압수수색했다. 동시다발적 압수수색과 참고인 소환 이후에는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3일 정 교수가 근무하는 경북 영주 동양대 교양학부 연구실과 이 대학 총무팀에 수사인력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문서들을 확보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씨의 총장상 수상에 부당하게 개입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정 교수는 딸 조씨의 각종 인턴십 과정에서 힘을 써줬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증명서 발급 사실부터 말이 엇갈리는 조씨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십 과정을 두고도 정씨가 초등학교 동창 연구원에게 부탁해 성사된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정 교수는 동생이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주식을 매입하기 10일 전 3억원을 대여하는 등 ‘가족 사모펀드’ 투자 과정에도 깊이 개입해 있다.

검찰은 한편 이날 오전 조씨가 서울 한영외고 재학 시절 작성한 의학논문의 책임저자인 장 교수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장 교수를 상대로 조씨가 2007년 고교 1학년 때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십에 참여한 경위, 조씨를 2008년 12월 확장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E)급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해준 근거를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는 조씨의 2010년 고려대 입시 과정에 철회됐어야 할 논문 실적이 사용된 점이 입증되더라도 장 교수가 피의자 신분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해석한다. 업무방해죄의 공소시효가 7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이 장 교수의 연구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고 검찰이 장 교수를 신속히 소환한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조씨의 2015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합격 과정에 문제의 논문이 쓰였을 가능성을 검찰이 배제하지 않는 것이란 관측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서울대 연건캠퍼스 의과대학 행정실, 경기도 성남의 코이카도 압수수색했다. 조씨는 부산대 의전원 합격 이전 서울대 의전원에 지원, 탈락했었다. 이때 조씨가 제출한 서류 등을 확보하려는 수사라는 관측이 나왔다. 코이카 압수수색은 조씨의 비정부기구(NGO) 협력 봉사활동 이력이 사실인지 따지는 과정이라고 전해졌다. 조씨는 부산대 의전원 합격 뒤 대학 커뮤니티에 합격 수기를 올리면서 자신이 코이카 몽골 봉사대표로 활동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씨의 입시 비리 의혹에 수사력을 모으면서 조 후보자 일가가 운영하는 웅동학원 관계자들도 불러 조사하기 시작했다. 조 후보자의 처남으로 웅동학원 행정실장을 지낸 정모씨도 소환자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거진 조 후보자 동생 내외와 웅동학원 간의 ‘무변론 다툼’ 과정을 잘 아는 이로 꼽힌다.

조 후보자가 기자간담회에서 “불법은 없었다” “나는 몰랐다”는 취지로 장시간 해명을 쏟아냈음에도 검찰 수사는 오히려 가속화하고 있다. 4일에도 조 후보자 가족 사모펀드에 얽힌 웰스씨앤티 대표 등의 참고인 조사가 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증인이 없는 기자간담회에서는 조 후보자 딸의 단국대 의대 인턴십 참가 경위, 각종 장학금 지급 경위 등이 오히려 혼란스러워졌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검찰 수사가 진상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의 5촌조카 조모씨, 코링크PE 대표 등도 향후 수사의 ‘키맨’으로 꼽힌다. 다만 이들은 증거를 인멸하고 동남아 지역으로 도피성 출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후보자는 처남 정모씨가 코링크PE 주식을 액면가의 200배에 이르는 가격으로 사들인 점에 대해 “나도 의아하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았다.

이경원 허경구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