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임명 강행시 정국 ‘빙하기’… 한국당 ‘중대 결심’ 뭘까

입력 2019-09-04 04:01
나경원(왼쪽)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각각 국회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 기류와 관련해 나 원내대표는 “국회는 지키되 국민과 함께하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 기간을 나흘로 정한 것을 두고 야당은 일제히 반발했다. 청문회 개최 5일 전까지 증인 출석요구서를 보내야 하는데, 6일을 기한으로 잡은 것은 사실상 인사청문회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여야는 3일 청문회 일정 합의를 논의했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5일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6일까지로 재송부 시한을 지정한 건 청문회를 하고 싶지 않다,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가 청문회를 보이콧하고 임명을 강행한다면 한국당은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당 지도부가 말하는 중대 결심은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 또는 장외투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 이후 국회 보이콧 기간이 길었던 만큼 의사일정 보이콧을 대응 카드로 들고 나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정권의 실정을 밝히기 위해 국회를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회는 지키되 결국 국민과 함께하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입장문을 내고 “청와대와 민주당의 조직적인 방해로 인사청문회를 무산시켜 놓고는 본인들이 무산시킨 인사청문보고서를, 그것도 6일까지 내놓으라고 하니 어이가 없을 뿐”이라며 “문 대통령은 법 위에 존재하는 초법적 군주라도 되는 양 국민과 국회를 능멸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정치연대는 여야 교섭단체에 청문회 일정 합의를 촉구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사실상 7일 이후에는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라며 “이대로 국회에서 청문회를 열지 못한다면 국회 스스로 권능을 실추시키는 것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지금이라도 이성을 되찾고 서둘러 청문회 일정을 정하고 주어진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가 막판 협상에 돌입하면 재송부 기한 전 극적으로 청문회 일정이 합의될 가능성도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한국당 의견을 들어보고 5일이나 6일을 논의해 볼 수 있다”며 “이를 논의하기 위한 법사위 회의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같은 당 법사위원인 김종민 의원은 “청문회 일정을 염두에 두고 6일로 시한을 준 것 아닌가 싶다. 증인도 여야가 합의해 협조 요청을 하면 안 나올 증인이 없다”며 “청문회를 하는 방향으로 여야가 노력해야 하는데, 한국당이 마지막 기회마저 걷어찬다면 (청문회 불발 책임이)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청문회 논의를 위해 소집된 법사위 전체회의는 여야가 공방만 주고받느라 열리지 못했다.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민주당은 전날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를 끝으로 청문회 정국이 끝났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자료 한 건도 못 받고, 증인 합의는 한 명도 못했다. 대통령이 정한 재송부 기간 내에 청문회를 다시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다”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심희정 박재현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