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선두다툼 이끄는 오재일 “홈런 욕심 내려놓자 공이 중심에 맞네요”

입력 2019-09-04 04:03
두산 베어스 오재일이 지난달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홈런을 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기세가 뜨겁다. 지난달 10일까지만 해도 1위 SK 와이번스에 9경기차로 뒤졌던 두산은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3일 현재 SK와의 경기차를 4.5로 줄였다. 양팀 간 맞대결이 3차례 있는데다 잔여경기가 20경기 가까이 있어 두산의 1위 등극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 두산 타선을 이끌고 있는 선수는 1루수 오재일(33)이다. 3일 기준 타율 0.289 18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6월 9일부터 1일 경기까지 타율이 0.350 10홈런에 1.009의 OPS(출루율+장타율)로 리그에서 손꼽히는 활약을 했다. 지난달 29일 KT 위즈 전에서는 팀은 8대 11로 패했지만 연타석 홈런 포함 3안타를 쳐 6타점을 쓸어 담는 ‘원맨쇼’를 펼치기도 했다. 오재일의 타력이 불을 뿜으면서 팀의 성적도 동반상승하는 중이다.

올 시즌 초만 해도 오재일은 공인구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크게 부진했다. 6월 8일까지 그의 타율은 0.225에 그쳤다. 오재일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잘 하려는 욕심이 컸던 것 같다”며 시즌 초반의 부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아무래도 시즌 초에는 ‘잘해야겠다’, ‘이것도 해 봐야겠다’ 등 여러 생각이 든다”며 “욕심이 앞서니까 내 스윙이 나오지 않고 밸런스가 많이 무너졌다. 너무 세게 치려고 하다 보니 일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부진할 때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나아지지 않았다. 오재일은 마음을 바꿨다. “내려놓기 시작하니 그제야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예전만큼 뻗지않는 공인구의 변화를 인정하고 홈런 욕심을 버리자 공이 중심에 맞기 시작했다. 오재일은 “정확히 힘을 빼고 치려고 하니까 좋은 타구가 나온다. 홈런은 직전 시즌(27개)보다 덜하지만 2루타(26개)는 직전 시즌(19개)보다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4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하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는 “지금처럼 치다보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당연히 기록을 세우면 좋겠지만 홈런을 신경 쓴다고 홈런이 나오진 않는다. 의식하면 오히려 더 잘 안 되더라”며 웃었다.

오재일의 변함없는 출루 능력(0.376)은 팀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극도의 부진에 시달릴 때도 많은 타석에서 1루에 살아나가는 데 성공하면서 팀 득점에 도움을 줬다. 반등 전인 6월 8일까지 오재일의 출루율은 0.344로 나쁜 편이 아니었다. 오재일은 고출루율의 비결에 대해 “아무래도 상대 투수들이 힘있는 내게 좋은 공을 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며 타석에서 신중하게 대처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오재일은 지난달 26일 가슴통증으로 1군 말소된 김재환(0.286 14홈런)의 공백을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0.347 15홈런)와 함께 훌륭히 메우고 있다. 오재일은 “재환이가 돌아올 때까지 더 잘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나머지 선수들이 분발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더욱 뭉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환이 빠진 7경기에서 두산은 5승 2패를 질주했다.

지난해 리그를 압도했던 1위팀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SK에 예상외의 패배를 당했다. 오재일도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125(16타수 2안타) 무홈런으로 타격 난조에 빠지며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오재일은 “가을야구에서는 나 자신보다는 타격이든 수비든 주루든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을 주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