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성장률과 실질성장률의 격차인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가장 긴 기간의 ‘마이너스 행진’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GDP디플레이터가 전년 대비 0.7%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3일 밝혔다. 2006년 1분기(-0.7%) 이후 13년3개월 만의 최저치로 지난해 4분기(-0.1%), 올해 1분기(-0.5%)에 이어 3분기째 마이너스 기록이다. 이 수치가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낸 시기는 1998년 4분기~1999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GDP디플레이터 하락은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을 밑돌았다는 뜻이다. 전년 동기 대비 2분기 명목성장률은 1.3%, 실질성장률은 2.0%였다. 실질성장률은 물가상승분을 반영하는 만큼 명목성장률보다 낮게 나타나는 게 보통이지만, 최근에는 저물가가 이어지면서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한은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는 건 교역조건 악화다. 2분기 수출 디플레이터는 반도체 수출가격 급락과 함께 2.0% 하락한 반면 수입 디플레이터는 원자재·환율 영향으로 4.8% 상승했다. 내수 디플레이터가 1.7% 올랐지만 대외의존도가 경제구조상 GDP 디플레이터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2분기 실질GDP 성장률은 1분기 대비 1.0% 상승하는 데 그쳤다. 1.5% 올랐던 2017년 3월 이후 7분기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지만, 올해 1분기 역성장(-0.4%)을 한 데 따른 기저효과임을 감안하면 상승폭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2분기 실질성장률은 속보치보다 0.1% 포인트 낮다.
GDP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는 민간 부문이 속보치와 동일한 -0.2%, 정부 부문은 0.1% 포인트 낮아진 1.2%였다. 민간 부문 역성장을 재정으로 떠받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출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2.0%로 속보치보다 0.3% 포인트 낮아졌고, 수입은 2.9%로 속보치보다 0.1% 포인트 하락했다.
민간소비는 준내구재와 서비스를 중심으로 0.7% 증가했다. 정부소비는 물건비 및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이 늘며 속보치보다는 0.3% 포인트 낮은 2.2% 증가를 보였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3.2% 늘며 속보치 대비 0.8% 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