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3개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3일 두 번째 목적지인 미얀마를 국빈방문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한국전쟁 당시 미얀마가 지원한 5만 달러 규모의 쌀은 전쟁으로 고통받던 한국 국민들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왔다”며 “한국 국민들은 미얀마 국민들에게 그 고마운 마음을 ‘딴요진‘(정을 뜻하는 미얀마어)으로 보답하려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미얀마 수도 네피도의 대통령궁에서 열린 정상회담 뒤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미얀마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주셨다”며 “우리 두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국제사회의 단합된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미얀마 정부도 ‘미얀마 평화 프로세스’를 국가 최우선 과제로 삼고, 라카인 문제 해결과 같은 민족 간 화합, 국가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2017년 미얀마 라카인주에서는 정부군과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무장세력 간 충돌이 벌어져 수만명에 달하는 로힝야족 난민이 발생했다.
수치 국가고문은 “문 대통령께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울이는 노력들, 거두고 계신 성과에 대해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이루는 것은 비단 한반도와 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정상으로는 7년 만인 이번 국빈방문이 1975년 수교 이후 발전해온 양국 우호 협력관계를 한 단계 진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양국 경제 협력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합의하고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한국 기업 애로사항 전담 처리 창구인 ‘코리아 데스크(Korea Desk)’를 설치하고, 양국 간 장관급 경제협의체인 ‘한·미얀마 통상산업협력 공동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또 미얀마에 대한 대외경제협력기금을 기존 5억 달러에서 10억 달러로 확대하고, 한국의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의 새로운 협력 모델인 경제혁신파트너십프로그램(EIPP)을 미얀마와 최초로 추진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또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맞아 오는 11월 말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긴밀히 협력키로 했다. 정상회담 후 한국 정부는 네피도 학생들의 통학을 지원할 스쿨버스 60대를 기증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윈 민 미얀마 대통령과의 면담에서도 한국전쟁 당시 미얀마의 쌀 지원을 언급하며 “한국은 아직도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네피도=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