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태국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3개국을 순방하는 것을 계기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신남방정책도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와 스마트시티, 증강현실(AR)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 분야 스타트업들의 동남아 진출이 앞으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는 국내 벤처기업 엘비전테크와 현지 플라스틱 제품 생산·유통 중견기업 엑셀의 160만 달러 규모 구매계약이 이뤄졌다. 한국무역협회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주관한 ‘한·태국 스타트업 서밋’ 현장이었다.
엘비전테크는 직원 수가 8명에 불과한 작은 회사지만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AR·혼합현실(MR) 안경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엘비전테크의 AR 안경은 휴대전화 영상을 어디서든 96인치 대화면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엘비전테크 외에도 의료용 저온플라스마 멸균기 제조사인 플라즈맵, 보험통합 관리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업체 보맵, 인공지능(AI) 머신러닝 기반 자동 광고 집행 기술을 보유한 모로코 등 국내 스타트업 3개사가 태국 중견·대기업과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전문위원 컨설팅, 해외바이어 매칭, 스타트업 밋업(Meet-up) 등을 통해 이들 스타트업을 지원해 온 무역협회는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동남아 최대의 소재 및 석유화학 대기업인 태국 에스씨지케미컬을 초청해 국내 스타트업 6개사와의 1대 1 밋업 행사를 개최한다. 국내 스타트업의 아세안 진출 지원을 위해서다.
태국 정부가 오는 2035년까지 스마트시티 100개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운 데 따라 앞으로 스마트보안, 스마트교통, 스마트헬스케어 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스마트시티 개발 프로젝트에 국내 기업의 참여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코트라는 이날 방콕에서 열린 ‘한국-태국 비즈니스 파트너십’ 행사에서 태국 디지털경제진흥원(DEPA)과 디지털산업 및 스마트시티 협력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한류 열풍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국내 브랜드들의 인지도가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동남아 시장은 국내 기업들에 도전 과제이기도 했다. 일본 홍콩 등 글로벌 브랜드의 초기 시장 점유율이 워낙 높았던 탓이다. 때문에 동남아 진출은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유통업계나 제조업체들의 생산 현장 투자 등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신남방정책 기조와 함께 다양한 업계에서 동남아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7월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면담하고 상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현대차그룹은 정부의 ‘메이킹 인도네시아 4.0 로드맵’에 따라 자동차 분야를 중심으로 5대 제조업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공유차 서비스 등의 신사업을 펼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첨단기술을 앞세운 물류기업의 동남아 시장 진출도 잇따랐다. CJ대한통운은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신남방 요충지를 대상으로 ‘K-물류’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태국의 일일 평균 택배상품 처리량은 300여만개 규모로 추정된다. 오는 2020년에는 태국 전체 소매시장 매출의 50%가 온라인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태국 정부가 ‘태국 4.0’ 정책과 연계해 첨단기술 산업 육성과 전자결제 시스템 도입을 지원하면서 태국을 아세안 시장의 허브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소비재 물류시장의 확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세정 이택현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