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사상 첫 마이너스… ‘디플레이션’ 신호탄?

입력 2019-09-04 04:01

한국 경제에 ‘저성장·저물가’ 공포가 덮쳤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건 값이 싸지면 언뜻 좋아 보이지만 경제 전체로는 위협 요인이다. 물건을 사려는 수요가 없어 물가가 떨어진다면 생산 위축을 유발해 경기 침체의 터널로 진입하게 된다. 여기에다 경제성장률은 ‘부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당초 예상보다 0.1% 포인트 떨어진 1.0%(전기 대비)에 그쳤다.

통계청은 3일 ‘8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지난달 460개 상품 및 서비스의 평균 가격이 전년 대비 0.04% 하락했다고 밝혔다.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이다. 저물가는 디플레이션 우려를 낳는다. ‘수요 급감→가격 하락→생산 위축→경제 공황’을 불러온다.

다만 정부와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에 선을 긋는다. 최근 저물가에는 농축수산물·석유류 가격 하락, 무상급식 등 정부의 가계비 경감 대책 영향이 녹아 있다고 본다. 지난해보다 안정된 기후, 국제유가 하락 등의 외부 요인도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 발생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경기 부진이 계속되면서 우려감은 깊어지고 있다. 올해 2분기 GDP 디플레이터(경상 GDP/실질 GDP) 상승률은 전년 대비 0.7% 줄었다.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GDP 디플레이터는 소비자물가에 담기지 않는 수출품, 투자재 등 더 큰 범위의 가격 수준을 보여준다. 소비자가 직접 구입하는 품목뿐만 아니라 반도체 등의 가격 하락도 포함된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아직 디플레이션은 아니다”면서도 “향후 수요 측 부진 추이가 중요하다. 경기가 반영된 GDP 디플레이터가 마이너스인 건 좋은 신호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최지웅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