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협상이 공전 중인 가운데 북한이 중국과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밀착을 과시했다. 회담에서는 북·미 비핵화 협상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문제가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2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회담을 갖고 양국 우호관계와 북한 비핵화 협상 등 한반도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3일 밝혔다. 특히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두 외교 수장이 서로 최근 상황을 통보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데 더 큰 공헌을 하기 위해 긴밀한 소통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왕 위원은 회담에서 올해가 북·중 수교 70주년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 6월 방북이 큰 성공을 거뒀고, 양국의 전통적 우호와 전략적 신뢰관계를 크게 향상시켰다고 평가했다.
리 외무상은 “김 위원장의 최근 네 차례 방중과 시 주석의 방북으로 북·중 관계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며 “북·중 우호와 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북한 당과 국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화답했다.
왕 위원은 4일까지인 방북기간 중 김 위원장과 면담하고 내달 방중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다음 달 1일 베이징에서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개최할 예정인데, 김 위원장의 참석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아울러 최근 송환법 반대 시위로 혼란이 이어지는 홍콩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대한 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왕 위원이 홍콩 정세를 설명하자 리 외무상이 홍콩은 ‘중국의 홍콩’으로 외부 세력이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중국 입장을 강력히 지지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북·중 간 밀착은 각각 미국과 진행 중인 비핵화 협상 및 무역 협상에서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북·미 협상 재개의 신호탄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몇 주 전 외국 카운터파트들과의 회동에서 “미국이 북한에 속고 있는 것 같은 걱정이 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국과 일본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NYT는 또 북한이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략 12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원료를 추가로 생산했다는 미 국방정보국(DIA) 자료도 전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실험 의미를 축소시키는 바람에 북한에 무기를 발전시킬 시간을 줬다”고 비판했다.
최승욱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