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물동이를 버려두고

입력 2019-09-05 00:03

저에겐 네 살짜리 아들이 한 명 있습니다. ‘미운 네 살’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나이지만 사랑스러움이 묻어나는 귀여운 녀석입니다. 요즘 표현력이 풍부해져서 가로등에 비친 벌레를 보며 “벌레는 왜 만들어진 거야?”라고 말하고, 길거리 휴대전화 매장의 애플 로고를 보며 “우와 먹은 사과다!”라고 반응합니다. 할아버지의 벗어진 머리를 보고는 “할아버지 관리를 잘했어야지!”라고 이야기합니다.

영특하게 자라가는 아들을 보며 하나님께서 이 녀석을 어떻게 키우실지 참 기대가 됩니다. 그러나 아들이 살아갈 미래를 그려보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섭니다. 다가올 미래는 예수를 믿는 게 더욱 힘들어질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인본주의 세계관의 강화로 사람들은 점점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하고, 주님이 계셔야 할 자리에 자신이 앉으려 할 것입니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지 못한다면 미련 없이 교회를 떠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여름에 수많은 청소년·청년 집회를 다니며 말씀을 전했습니다. 여전히 다음세대에겐 희망이 있고 복음에 반응하는 세대라고 믿습니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요즘의 다음세대가 전도를 잘 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수련회 참석자 중 모태신앙의 비중이 압도적입니다. 교회를 다닌 지 5년, 10년 이상 된 친구들도 꽤 있는 데 비해, 교회 나온 지 2년이 안 되는 친구들의 비중은 극소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부모를 따라 교회를 다니긴 하지만 친구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데는 힘을 쏟지 않습니다.

오늘 본문의 수가성 여인은 복음을 소유한 이들이 취해야 할 자세를 잘 보여줍니다. 이 여인은 다섯 명의 전남편과 현재의 동거남을 포함해 총 여섯 명의 남성을 거느렸기에 부정한 여인으로 낙인찍혔습니다. 어찌 보면 부정이라는 단어보다는 불행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법한 인생입니다. 당시 사회 분위기로 보면 여자에게는 이혼을 주도할 권리가 없었기에 다섯 번의 결혼 생활은 그가 다섯 번의 사별 혹은 이혼을 당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느 쪽이든 사람들은 이 여인을 향해 수군댔을 것이고 이로 인해 사람들이 찾지 않는 정오에 물을 길으러 우물에 온 것입니다.

성경은 놀랍게도 예수님이 이 여인을 만나기 위해 작정하셨다는 것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유대를 떠나사 다시 갈릴리로 가실새 사마리아를 통과하여야 하겠는지라.”(요 4:3~4) 여기서 쓰인 원어는 강한 의무감을 나타내는 단어로 지리적인 의무감이 아니라 구속사적인 의무감을 나타냅니다. 실제로 예수님이 가신 길은 당시 유대 남성들이 피하던 길이였습니다. 예수님은 수가성 여인을 만나시기 위해 행로를 정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예정 가운데 우물가에서 메시아를 마주한 수가성 여인은 그 즉시 물동이를 버려두고 동네로 돌아가 자신을 비웃고 조롱하던 사람들에게 자기가 만난 예수 즉 복음을 전합니다. 아마도 여인을 신뢰해서라기보단 평소 자신들을 피해 다니던 여인이 흥분해서 전하는 것을 흥미롭게 여겨 여인을 따라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곧 동네 사람들은 감격스러운 고백을 합니다.

“그 여자에게 말하되 이제 우리가 믿는 것은 네 말로 인함이 아니니 이는 우리가 친히 듣고 그가 참으로 세상의 구주신 줄 앎이라 하였더라.”(요 4:42)

복음은 듣기 좋은 말이 아닌 생명 그 자체입니다. 취향이 아닌 정체성이기에 복음을 소유한 사람은 침묵할 수 없습니다. 만약 전도에 힘쓰지 않는 그리스도인이 있다면 과연 확신 가운데 생명을 소유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천국 소망을 소유했다면 우리 주위의 사랑하는 이들에게 힘써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다음세대가 그저 부모님, 목사님, 선생님이 들려주는 하나님의 이야기에 만족하는 것이 아닌 내가 만난 하나님을 힘있게 증거하는 인생이 되도록 신앙 유산을 전수하는 데 힘써야 합니다. 우리의 인생이 광야의 외치는 소리(사 40:3)요, 복음을 전하는 자의 흙 묻은 아름다운 발(사 52:7)이 되는 귀한 삶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고은식 목사(브리지임팩트사역원 대표)

◇브리지임팩트사역원(Bridge Impact Ministry)은 청소년과 하나님, 청소년과 가정, 청소년과 교회를 잇는 다리(Bridge)가 되고자 하는 청소년 전문 사역단체입니다. 청소년 캠프, 사역자 훈련, 찬양·문화사역 등을 감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