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의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해 설립된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에서 탈북민을 상담하고 관리하는 전문상담사가 70명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으로 곤궁하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돼 도움 청할 곳 없는 탈북민들을 심리적으로 보호·지원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최근 서울 관악구 탈북민 모자 사망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내놓은 탈북민 지원책이 효과를 내려면 전문인력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가 3일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남북하나재단 자료에 따르면 재단이 전국 25개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하나센터에 소속된 전문상담사는 69명이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에 거주하는 탈북민은 3만700여명이다. 상담사 1명당 443명의 탈북민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14명, 경기도가 19명으로 그나마 많았고 나머지 지역은 모두 한 자릿수에 그쳤다. 770여명의 탈북민이 살고 있는 강원도에는 상담사가 한 명도 없었다. 재단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 외 지역에서 상담사 채용공고를 내면 지원자가 없을 때가 많다”며 “상담사는 탈북민 중에서도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데 구석구석 세심하게 살펴볼 여력이 안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탈북민의 상담 1순위는 취업 문제였다. 지난해 전국 하나센터에 접수된 4만8000여건의 상담 중 취업 관련 내용이 2만5300여건(52.1%)으로 가장 많았다. 심리상담(26.5%)이 그 뒤를 이었고 건강(15.6%) 법률(3.4%) 의료(2.4%) 순으로 나타났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정한 탈북민 보호기간은 5년이다. 탈북민 중에서는 정착지원을 위한 상담 등을 감시로 여기는 경우도 있어 센터로 먼저 찾아오지 않는 한 복지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고 한다.
부산 하나센터장을 맡았던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문상담사들이 맡고 있는 탈북민이 너무 많아 보호기간 중인 탈북민도 한두 번 상담받는 게 전부”라며 “상담사와 함께 초기 정착을 돕는 ‘정착도우미’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탈북민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착도우미는 350여명으로 대부분 자원봉사자들이다. 강 교수는 “탈북 모자 사망사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취약계층을 발굴해 직접 찾아가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