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누군가 신학교를 위해 십자가를 져야 할 텐데 미력하지만 제가 학교 부지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고 백남조(부전교회) 장로가 1964년 노진현(당시 총신대 이사장) 목사에게 전한 이 한마디가 총신대(총장 이재서)의 초석이 됐다. 이듬해 3월 백 장로는 서울 동작구 사당동 부지 1만8000평(약 5만4000㎡)을 구입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에 헌납했다. 부지 구입 비용은 당시 돈으로 200만원. 사당동 캠퍼스 건축을 위해 당시 노회들이 모았던 헌금이 평균 12만원이었다는 기록에 비춰보면 얼마나 큰 기여였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부전교회 시무장로로 사역하며 광목을 표백하는 기업을 운영하던 백 장로는 번듯한 집 한 채 마련하지 않고 공장 안에 있는 작은 공간에 기거하면서 노모를 모시고 살았다. 총신대 부지 마련에 사용한 재원은 노모에게 집을 지어드리려고 모았던 돈이었다.
총신대는 3일 백 장로의 헌신을 기리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총신대 구성원들의 영적 산실인 종합관 대강당의 이름을 ‘백남조 기념홀’로 명명(命名)하는 감사예배를 드린 것이다. 예배에는 백 장로의 후손, 부전교회(박성규 목사) 성도, 총신대 학생들과 교수, 예장합동 총회 임원 등이 참석해 고인의 숭고한 신앙정신을 되새겼다.
박성규 목사는 “54년 전 채플실조차 없어 학생들이 복도에서 설교를 들어야 했던 시절, 장로님은 민족과 세계복음화를 위해 훌륭한 기독인재를 배출해야 한다며 결단을 내리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예배를 계기로 총회와 총신을 넘어 한국교회에 제2, 제3의 백남조 장로가 일어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승희 예장합동 총회장은 ‘후손들이 기억하게 하라’를 주제로 설교했다. 그는 “백 장로는 총신대 부지를 헌납한 후에도 21년간 재단 이사장으로 봉직하면서 성지순례여행, 회갑·고희연 등도 마다하며 절약해 오로지 총신이 세워지는 일에 헌신했다”고 말했다.
또 “삶을 던져 하나님을 사랑했던 신앙선배로서 현시대에 우리가 믿음의 사람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정표가 된다”며 “지식 몇 줄을 쌓는 것보다 백 장로처럼 하나님을 사랑하는 열심을 갈고닦는 총신인이 되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이재서 총장과 정용덕 법인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총신대 학생들이 백 장로가 보여준 섬김의 리더십을 추구할 것을 요청했다.
백 장로의 장남 백성기(부전교회) 장로는 답사에서 “선친이 목적한 것은 큰 영광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알려주신 전도와 선교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었다”며 “소천 31주년 되는 올해 선친의 헌신을 기억해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예배에 앞서 진행된 현판 제막식에서 참석자들은 ‘백남조기념홀’ 입구에 백 장로의 얼굴과 신앙적 삶을 소개한 글을 담은 현판을 부착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