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블라인드 면접과 채용이 대세다. 공기업, 사기업뿐만 아니라 대학교 입학 전형에서도 블라인드 면접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정의와 공평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함께 블라인드 면접과 채용은 취업과 대입을 준비하는 지원자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한다. 블라인드 면접이라는 것은 지원자의 이력서에 편견을 줄 수 있는 정보들을 삭제하여 면접관이 차별 없이 공평하게 지원자를 면접하는 방식이다. 삭제하는 정보들은 나이, 출신 지역, 출신 학교, 학력 사항, 그리고 다양한 스펙(각종 자격증과 토익/토플 성적) 등이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블라인드 면접이 활성화되면서 반사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사업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성형외과와 스피치 학원이다. 그럼 성형외과와 스피치 학원의 도움으로 좋은 인상과 훌륭한 말솜씨를 겸비하면 블라인드 면접에서 좋을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아니면 상업적 전술과 기만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수많은 사회심리학 연구들에 의하면 지원자의 외모와 인상 그리고 말솜씨는 블라인드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대부분 중요한 정보가 삭제된 상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지원자의 특성은 밖으로 풍기는 외모와 인상 그리고 말솜씨이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외모나 인상을 가진 지원자가 면접에 합격할 확률이 높은 이유는 면접관들이 그런 지원자들을 더 좋아하는 것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이유는 매력적인 외모나 인상을 가진 지원자들이 그렇지 않은 지원자들에 비해 실제로 면접을 더 잘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매력적인 외모나 인상을 가진 지원자들이 더 훌륭한 성격적 특질이나 인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면접관들이 매력적인 외모와 인상을 가진 지원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기인된다.
한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면접관들은 호감형 외모를 가진 지원자를 면접할 때 그렇지 않은 지원자를 면접할 때보다 10㎝ 더 가까운 면접 거리를 유지하고, 면접 시간을 4분 더 가지며, 질문을 하며 실수를 1.17번 덜 범한다고 한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면접관들은 비호감적인 지원자와 면접할 때 지원자와 최대한 물리적 거리를 두고, 면접도 성의 없이 빨리 끝내고, 의사소통도 정확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모적 매력도에 근거한 이러한 차별적 면접 태도가 면접의 승패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감형의 지원자는 호의적인 면접관을 통해 높은 점수를 얻게 되고, 비호감형의 지원자는 비호의적인 면접관을 통해 낙제 수준의 점수를 얻게 되는 것이다.
지원자가 면접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면접관은 무의식적으로 지원자의 외모와 인상을 보고 합격 여부를 결정했을지도 모른다. 면접 절차는 그 결정을 확인하거나 현실화시키는 작업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블라인드 면접은 지원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까. 우스갯소리인지 뼈아픈 진실인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외모도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출신 학교, 학력 사항, 다양한 스펙에 따라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 것이 더 고통스러울까, 아니면 외모로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 것이 더 가슴 아픈 일일까. 블라인드 면접에서는 말솜씨가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변신할 수 있다. 면접에서 순발력 있게 논리적으로 말을 잘하는 지원자를 뽑는 것이 더 공평한 일인가, 아니면 출신 학교, 학력 사항, 다양한 스펙에 따라 지원자를 뽑는 것이 더 공평한 일인가.
블라인드 면접의 목표는 출신 학교, 학력 사항, 다양한 스펙에 관계없이 지원자의 업무 적합성과 전문성을 검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는 더 불공평한 또 다른 차별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블라인드 면접에서 가장 먼저 삭제되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지원자의 외모이다. 또한 말솜씨가 모든 능력을 덮어서도 안 된다.
김영훈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