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과테말라의 ‘희망터치’ 제작을 위해 우리는 지난 5월 24일 인천공항에 집결했다. C채널 이성철 부사장이 소개하는 희망터치는 척박하고 소외된 지역의 아이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한국교회와 월드비전 그리고 C채널이 함께 진행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이번 일정에는 경기도 파주 세계로금란교회 주성민 목사가 함께했다.
과테말라로 향하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워싱턴DC와 애틀랜타를 경유하는 등 약 18시간의 장거리비행을 한 뒤 과테말라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차량으로 약 1시간을 이동해 숙소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사륜구동 차량을 타고 다시 5시간을 이동한 후 목적지 치키물라 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과테말라의 인구는 약 1660만명, 면적은 대한민국의 절반 크기다.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 수준이라고 하지만 실제 국민들의 소득은 그에 훨씬 못 미친다. 치키물라 시의 호이탄(Joitan)은 더 낙후된 지역으로 그 열악함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이곳 주민들의 월 평균 수입은 80달러 수준이었다.
호이탄에서 우리가 찾아간 곳은 쓰레기마을이라 불리고 있었다. 쓰레기를 태우는 퀴퀴한 냄새에 적응할 새도 없이 눈앞에 충격적인 모습이 펼쳐졌다. 쓰레기를 태우는 연기 사이로 거대한 까마귀들이 썩은 고기를 찾아다니고 커다란 소와 돼지들이 어슬렁거리며 쓰레기 주변을 돌고 있었다. 고약한 냄새가 나는 쓰레기 둔덕에선 어린아이들도 쓰레기를 헤집고 있었다.
이 마을에서 소녀가장 그레이디(11)를 만났다. 그레이디는 어머니와 언니, 남동생과 함께 산다. 그레이디는 아버지가 집을 나간 후 가족 전체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어머니는 신체장애가 있어 간단한 집안일 외에는 하지 못한다. 언니는 다른 이유로 일을 할 수 없는 처지다.
그레이디가 세탁일을 해서 버는 월 80달러 정도가 그레이디 가정의 수입 전부였다. 장래희망이 선생님인 그레이디는 생계를 위한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이나 떨어져 있는 거리의 학교를 하루도 빠짐없이 다니고 있었다.
주 목사는 그레이디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며 위로했다. 주 목사의 진실한 마음과 간절한 기도 덕분일까, 주 목사의 기도를 받던 그레이디의 어머니는 통역을 하기 전부터 눈물을 흘렸다. 주 목사의 기도가 끝난 후에는 더 이상 통역이 필요치 않았다. 주 목사는 손수 준비한 몇 가지의 음식 재료를 말없이 손질하며 그레이디와 함께 부엌 화덕에 불을 지폈다. 오랜만에 그레이디의 집에서 음식 냄새가 나자 가족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났다. 주 목사는 그레이디의 손을 잡고 직접 이웃집을 돌면서 음식을 나눴다. 어려웠던 시절에도 기쁨으로 떡을 나누었던 주 목사의 심정이 오늘 그레이디를 잡은 손으로 전달되기를 간절히 원했는지 모른다. 주 목사의 마음을 느꼈는지 음식을 나누고 돌아오는 그레이디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과테말라에서 만난 아이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오늘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하나님의 시선이 머무는 이곳에 우리의 발걸음이 함께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주 목사와 희망터치 제작진은 과테말라의 호이탄에 잠시 머물다 가지만, 이곳에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하나님의 은혜가 지속적으로 임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가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희망과 비전을 품고 살아가는 그레이디와 같은 아이들을 통해 언제가 이 땅 과테말라에도 하나님의 거룩한 결실이 있기를 소원하며 하나님의 온전한 터치가 이 땅에 가득하길 간절히 기도한다.
치키물라(과테말라)=이영호(월드비전 총괄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