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논문 1저자, 내가 봐도 의아하지만 高大 입학과 무관”

입력 2019-09-03 04:01 수정 2019-09-04 23:32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남성 기자 2명이 밤 10시에 혼자 사는 딸아이 집 앞에 와서 문을 두드리면서 나오라고 한다. 그래야만 하는 것인가”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왼쪽). 조 후보자는 자신감 넘치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긴장한 듯 물을 마시기도 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딸의 단국대 병리학 논문 제1저자 등재 및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 장학금에 대해 자신이 직접 청탁한 일은 없으며 절차상 불법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조 후보자는 “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했어야 했는데 막지 못해 후회가 된다”며 “딸이 받은 장학금과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를 사회에 환원해서 흙수저 청년들이나 저소득층 아동들을 위해 쓰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에 대해 “저도 좀 의아하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당시에는 1저자와 2저자 판단 기준이 느슨하고 모호하거나 책임교수의 재량에 많이 달려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조 후보자의 딸은 고교 2학년이던 2007년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 장영표 교수 연구실에서 인턴생활을 한 뒤 2009년 3월 병리학 논문에 1저자로 이름을 올려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조 후보자는 “딸아이가 영어를 조금 잘하는 편인데, 그 실험에 참석하고 난 후 논문 참여한 연구원들이 연구성과 및 실험성과를 영어로 정리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조 후보자는 영어를 잘한다고 논문 제1저자가 될 순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영어만 잘해서 됐다고 한 게 아니라 단국대에 가서 실험하고, 실험 결과를 영어로 옮기는 데 기여했고, 그 판단은 저나 아이가 한 게 아니라 책임저자 교수가 한 것”이라며 사실상 책임을 장 교수에게 떠넘겼다.

조 후보자는 “딸이 참여한 인턴십은 고등학교 담당 선생님이 주도해서 만든 것으로 그 프로그램에 딸이 참여했던 것”이라며 “저는 장 교수의 전화번호도 모르고 연락한 적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 후보자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만든 선생님을 인사청문회의 증인으로 나와 달라고 제가 신청했다”며 청문회 무산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장 교수의 아들이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센터에서 인턴십을 한 것이 부모 간 품앗이가 아니었느냐는 질문에는 “서울대 센터는 고교 동아리가 센터 사무실에 연락해서 간 것으로 확인됐다”며 “장 교수의 아이 역시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고 답했다. 또 “딸이 인턴으로 활동했던 공주대 교수와 아내가 서울대 천문동아리 친구라는 보도도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조 후보자는 단국대 논문을 이용한 고려대 부정 입학 의혹도 일축했다. 그는 “딸의 자기소개서에는 단국대에서 인턴을 했다고만 적혀 있고 논문명이 적혀 있지 않다”며 “1저자 문제가 되는 논문이 여기에 제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딸이 서울대 총동창회 산하 장학재단에서 장학금을 수령한 것과 관련해 “제가 청탁한 사실이 없다”며 “아이도 동창회 측으로부터 선정됐다고 (먼저)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또 환경대학원 장학금에 관해 “신청서가 있으면 책임을 질 것”이라면서 “신청했는데 제 아이가 받아서 받지 못한 다른 학생에게는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후보자 딸에게만 반복됐던 행운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질문이 나왔다. 조 후보자는 “(언론이 던지는) 합리적 의심에 제가 알고 있는 걸 말씀드렸다”며 “제가 해소를 다 못하는 것은 각 기관의 공적 절차를 지켜봐주고, 또 검찰에서 조사하면 진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 후보자의 발언을 반박했다. 김 의원은 “장 교수는 ‘보호자로부터 부탁받았다’고 했는데, 조 후보자는 장 교수의 전화번호를 아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하니 (장 교수를) 증인으로 모셔야 한다고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논문 2저자로 등재된 정모씨는 미국에서 고교와 대학교를 나오고 의대까지 졸업해 전문성을 갖춘 분”이라며 “논문 작성에 조 후보자 딸보다 더 기여했을 텐데 번역을 한 사람은 1저자가 되고 전문가는 2저자로 등재됐다”고 반박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