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문회 무산되자 기습적 요청… 기자단 난색 표했지만 강행

입력 2019-09-03 04:00
나경원(맨 오른쪽)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일 국회에서 TV로 생중계되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를 시청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위법·위선·위험 후보자의 거대한 미디어 사기극에 국회가 모욕당했다”고 비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예정에 없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가 2일 갑작스럽게 마련돼 국회는 하루 종일 혼란에 휩싸였다. 조 후보자는 이날 오전 예정된 인사청문회가 불발되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기자간담회를 요청했다. 기습적으로 진행된, 전례 없는 형식의 자리여서 제대로 된 인사 검증은 이뤄지기가 어려웠다.

조 후보자 간담회는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듯 전격적으로 마련됐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낮 12시에 국회 정론관 브리핑룸에서 “조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참석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가 무산이 확정된 순간 당대표와 원내대표에게 직접 전화해 국민께 직접 소명할 기회를 요청했다”며 간담회 추진 사실을 공개했다. 국회 출입기자단은 불과 몇 시간 후에 갑작스럽게 잡힌 간담회에 난색을 표했으나, 홍 대변인은 “당 지도부도 내일은 절대 안 되고 오늘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간담회를 강행했다.

조 후보자는 오후 2시쯤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을 떠나 30분 후 국회에 도착했다. 조 후보자는 민주당 정책위의장실에 입장한 뒤 화장실을 2차례나 오가는 등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간담회 시작 시간인 오후 3시30분이 되자 조 후보자는 황갈색 가방을 맨 채 굳은 표정으로 본청 246호에 입장해 자리에 앉았다. 이어 준비해 온 자료와 일본제 제트스트림 펜을 가방에서 꺼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은 조 후보자가 준비한 자료를 사전에 제공받지 못했다. 당초 조 후보자는 “밤을 새서라도 답하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에서 한 언론사당 1명씩만 입장하도록 제한해 충분한 질의가 이뤄지지는 못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에서 일본제 제트스트림 볼펜을 든 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간담회가 시작되고 조 후보자의 과거 언행이 현재와 다르다는 ‘내로남불’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조 후보자는 2017년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을 ‘얼빠진 기자들’이라고 칭한 것에 대해 “지금 상황은 탄핵 문제가 논의되는 시점에서의 기자회견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폴리페서(현실 정치에 적극 뛰어드는 교수) 논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새겨듣고 저나 제 주변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어떤 불찰인지 돌아보고 있다. 대학생과 국민 여러분들이 오해하는 문제를 이번 기회에 풀고자 나왔다”고 답했다. 조 후보자는 스스로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기준으로 금수저가 맞다. 세상에서 저를 강남좌파로 부르는 것도 맞다”며 “금수저이고 강남에 살면 항상 보수여야 하냐”고 반문했다.

딸에 관한 의혹에 대해서는 “도를 넘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조 후보자는 ‘딸이 서울대 장학금을 받기 위해 청탁을 했냐’는 질문에 “한 적 없다”고 말하며 기자의 질문을 끊었다. 억울한 허위 사실 몇 가지를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는 요청에는 “딸 아이가 포르쉐를 타고 다닌다고 한다. 어떡하라는 것이냐”며 상기된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딸 아이와 관련된 점이 힘들다. 혼자 사는 딸의 오피스텔에 밤 10시에 남성 기자들이 문을 두드려 나오라고 한다”며 “그럴 필요가 있냐. 그래야 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딸에 관한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눈시울을 붉혔고 한숨을 쉬기도 했으며, 잠시 침묵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이후 “감정적으로 욱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