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등록 게재 관보 보지 못해 펀드 투자내역 알지 못했다”

입력 2019-09-03 04:0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시작하기 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조 후보자는 “오늘 아니면 저의 최소한의 이야기를 국민 여러분께 알릴 기회가 없어지는구나 생각해서 더불어민주당에 (간담회 개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재산등록사항이 게재된 관보를 보지 못해 사모펀드 투자 내역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민감한 자신의 재산 내역이 담긴 관보를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는 “왜 몰랐냐고 물으면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조국 가족펀드’로 불리는 사모펀드 투자 의혹은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딸 문제와 함께 핵심 쟁점이 됐다. 해당 의혹은 검찰이 수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검찰은 최근 사모펀드 운용사를 비롯해 국토교통부까지 압수수색했다.

조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기 시작한 최근에야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를 알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기자가 “지난 3월 관보에 배우자와 두 자녀가 코링크PE에 투자한 내역이 나오는데 몰랐느냐”고 묻자 “제가 그 관보를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고위공직자 검증할 때 관보는 기본적으로 보는 것 아니냐”고 되묻자 “네. 분명히 반복해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재산 신고도 조 후보자 대신 아내가 했다고 한다.

조 후보자는 “제 아내가 사모펀드에 투자를 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사모펀드 구성이나 운용 과정에 대해 알 수도 없었고 관여도 안 했다”고 주장했다.

의혹의 시작은 조 후보자 배우자와 자녀들이 코링크PE의 ‘블루코어밸류업 1호’ 펀드에 74억원을 출자키로 약정하고 10억5500만원을 투자한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투자 약정은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으로 있던 2017년 7월 이뤄졌다. 신고한 재산 총액(56억원)보다 훨씬 웃도는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계획이었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이후 5촌 조카 조씨가 코링크PE의 실질적 대표라는 정황이 드러나고 처남이 코링크PE와 블루코어펀드에도 투자한 사실이 알려졌다. 처남이 코링크PE에 투자할 때 조 후보자 아내가 3억원을 빌려준 사실도 밝혀지면서 ‘가족펀드’가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졌다. 또 블루코어펀드가 대주주로 있는 중소기업 웰스씨앤티가 조 후보자의 민정수석 임명 이후 관급공사를 대거 수주하고, 지하철 공공와이파이 입찰 사실을 서울시에서 미리 전해 들었다는 정황까지 더해지면서 의혹은 점점 불어났다. 조 후보자가 투자 운용에 개입한 것은 아닌지, 배우자가 처남을 통해 차명투자를 한 것은 아닌지를 검찰은 들여다보고 있다.

각종 의혹에 대해 조 후보자는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제가 경제나 경영을 잘 모르기 때문에 사모펀드가 뭔지 이번에야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투자 배경에 대해서는 “민정수석이 된 후 개별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고 해서 고민 끝에 집안에 유일한 주식 전문가인 5촌 조카에 물어봤더니 아주 친한 사람이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고 해서 맡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카를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사이라고 했다.

아내가 처남에게 투자금 3억원을 빌려준 경위에 대해서도 “돈 빌려준 것은 사실이지만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는데 (입금 당시 기재한) ‘코링크’ 스펠링이 다르더라. 반대로 보면 제 아내도 회사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는 걸 반증하는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영업실적이 부진한 신생 회사에 전체 재산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돈을 투자한 경위를 묻는 질문에 조 후보자는 “코링크라는 이름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며 “비상식적인 투자라는 점에서 저희가 정보가 부족하고 무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5촌 조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저도 모른다. 지금 해외에 나가 있다고 하니 빨리 귀국해 수사를 받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개인투자자 전원이 조 후보자 가족으로 이뤄진 블루코어펀드를 사실상 ‘개인금고’처럼 활용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투자할 때 다른 구성원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게 블라인드 펀드”라며 “저로서는 난감하다. 맨 처음에는 그랬는데 결과적으로 왜 그렇게 구성이 됐는지는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밝혀질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민정수석으로 있으면서 웰스씨앤티에 정부 추진사업 수주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코링크PE와 관련된 관급공사니 뭐니 일절 개입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그는 미리 준비해온 웰스씨앤티 관급공사 수주 내역 자료를 제시하며 “제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후 관급공사 수주가 급증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사모펀드 의혹 해소를 위해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적극 나서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조 후보자는 “5촌 조카가 왜 수사를 안 받고 도망갔는지 저도 모르겠다”며 “빨리 검찰에서 밝혀주길 바라고 금감원에서도 조사 권한이 있으니 주식 운영을 살펴봐 달라. 더 이상 말하면 수사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답변을 드리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