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때문에 유소년과 생산연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는데, 기대수명 증가로 고령층은 급증하면서 2045년 한국의 노인 비중이 세계 최고가 된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북한보다도 훨씬 빠르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통계청은 2일 발표한 ‘2019년 장래인구특별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에서 2067년 한국의 만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46.5%까지 치솟는다고 진단했다. 고령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한국은 이미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 추산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인구 비중은 2045년 37.0%로 일본(36.7%)을 넘어서 세계 최고가 된다.
한국의 인구는 올해 5170만명에서 2067년 3900만명으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인구가 77억1000만명에서 103억8000명으로 34.6% 증가하는 것과 대비된다.
‘인구 절벽’은 유소년인구(0~14세)와 생산연령인구(15~64세) 감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생산연령인구는 현재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2.7%이지만, 2067년에 45.4%로 27.3% 포인트나 주저앉는 것으로 예측됐다. 유소년인구는 현재 12.4%에서 2067년 8.1%로 4.3% 포인트 줄어든다.
이에 따라 청장년층의 고령층 부양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현재 노년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하는 고령인구 수)는 20.4명 수준이지만 2067년 102.4명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이는 비슷한 인구구조 변화 흐름을 보이고 있는 대만(77.4)이나 일본(75.5)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고령화에 따라 중위연령(전체 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할 때 중앙에 있는 연령)도 훌쩍 올라간다. 내년 한국의 중위연령은 43.7세이지만, 2065년에는 62.2세로 크게 뛴다. 세계 인구의 중위연령은 내년 30.9세에서 2065년 38.2세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평균보다 중위연령이 높은 상태에서 그 격차가 더 벌어지는 셈이다.
여기에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북한보다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중위연령은 내년 35.3세에서 2065년 43.7세에 이를 것으로 관측됐다. 2065년이 되면 남북의 중위연령이 스무 살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북한의 고령인구 비중은 2067년 23.6%로 한국(46.5%)의 절반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201개국 가운데 한국처럼 고령인구 비중이 계속 느는 국가는 146개국(72.6%)으로 집계된다. 다만 세계 인구의 고령인구 비중은 올해 9.1%에서 2067년 18.6%까지 늘어나는 데 그친다. 한국만 유독 고령인구 비중이 급등하는 이면에는 ‘극심한 출산율 감소’가 자리를 잡고 있다.
2015년부터 내년까지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11명으로 세계 합계출산율(2.47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1.91명으로 한국보다 높다. 한국의 기대 수명은 82.5세로 세계의 기대수명(72.3세)을 웃돈다. 저출산·고령화가 유독 두드러지는 것이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