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문회 대신 열린 간담회, 유감스럽다

입력 2019-09-03 04:02
여야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한 2일 청문회 대신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름은 기자간담회였지만, 국회 본청에서 개최된데다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사회를 봐, 이인영 여당 원내대표가 청문회 일정이 잡히지 않을 경우 열겠다던 ‘국민청문회’ 성격이 짙다. 국회 청문회가 열리려면 이제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권을 가진 대통령의 결단이 있어야 해 사실상 청문회는 물 건너갔다.

국회법 등에 정해진 절차와 시한이 지켜지지 않고 인사청문회가 무산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대통령의 임명권을 견제하는 입법부의 유력 수단을 발로 차버린 책임은 여야 정치권 모두에게 있다.

여권은 야당을 설득해 청문회를 끌고 갈 정치력의 한계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런 실력과 소통능력으로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 걱정이다. 장관 후보자 청문회 하나 열지 못하고 규정에도 없는 간담회로 대체하는 나쁜 선례를 남긴 책임도 여당의 몫이다. 이제 국민적 의혹이 커져 여권에 부담이 될 후보자가 나올 경우 국회 청문회를 생략하고 간담회로 대체하는 전례가 생겼다. 결과적으로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이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된 셈이다.

청문회는 기본적으로 야당을 위해 펴준 자리다. 공직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기 위해 날카로운 추궁으로 의혹을 규명해 나가는 것은 야당의 존재가치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좋은 기회다. 이를 살리지 못하고 조 후보자 가족을 증인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하다 증인 출석요구서 송달 시한을 넘긴 책임은 야당에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청문회의 들러리를 섰다는 따가운 비판을 자초했다.

조 후보자 청문회 논란이 시작됐을 때부터 정치권 주변에선 여야 모두 청문회 개최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각자의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데 청문회 무산이 더 유리하다는 셈법을 근거로 한 관측이다. 만약 이런 이유로 청문회가 무산됐다면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것은 선의의 국민들이다. 어느 한편에 쉽게 줄서기보다 청문위원들의 질의와 후보자의 답변을 들어본 다음 제대로 판단하고자 했던 상식적이고 선량한 국민들은 기회가 박탈된 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