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일 2박3일간의 북한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및 방사포 발사가 계속되고 있고, 남북 북·미 회담이 교착국면에 빠진 상황에서 이루어진 왕 국무위원의 방북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속내를 파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여서다. 지금까지 북한 최고지도자가 평양을 찾은 고위급 중국 인사를 만나지 않은 적이 거의 없어 김정은·왕이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남북, 북·미 관계가 대화 모멘텀을 좀처럼 찾지 못하는 것과 달리 북·중 교류는 활발하다.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고위급 교류가 잦다. 북한 김수길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영재 대외경제상이 지난달 각각 베이징과 창춘을 방문했다. 특히 올해 북·중 수교 70주년을 기념해 김 위원장이 다음 달 중국을 방문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성사된다면 지난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으로 조성된 북·중 우호관계를 더욱 다지는 기회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 남북, 북·미 관계 경색은 북·중 접근을 가속시키는 촉매 역할을 한다.
우려되는 점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다. 중국의 역할이 남북, 북·미 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금상첨화이겠으나 불행히도 아직 가시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 평화는 중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 그 평화는 대화가 만든다.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한 북·미 실무협상에 적극적인 미국과 달리 북한은 소극적이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고, 리용호 외무상은 유엔총회에 불참키로 했다고 한다.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던 리 외무상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회동이 열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같은 교착국면은 남·북·미는 물론 중국에도 이롭지 못하다. 중국은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북한 또한 더 이상의 도발을 멈추고 조속히 대화에 복귀해야 한다. 무력 시위는 답이 아니다. 북이 원하는 답은 대화에 있다.
[사설] 왕이 방북, 남북·북미 관계 물꼬 트는 마중물이기를
입력 2019-09-03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