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대항해시대의 새로운 항로 개척은 일확천금이 걸린 일생의 도박이었다. 항로 개척만큼은 아니겠지만, 현대에도 새로운 시도들이 여러 이유로 어려움에 부딪히곤 한다. 우리나라의 수목장 도입과 수목장림 조성도 그중 하나다. 전통적인 매장문화가 여전히 주된 장례방식이었고, 새로운 자연친화형 장례방식에 대한 인식은 전무한 실정이었기 때문이다.
2004년 9월 원로 임학자 고(故) 김장수 교수의 수목장 실천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수목장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듬해부터 산림청은 잘 키운 숲을 수목장림으로 활용하기 위해 국회, 민간 전문가 등과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우선 국유림에 모델 수목장림을 시범 조성하기로 하고 전국 국유림을 대상으로 후보지를 찾아 나섰다. 어렵게 찾은 18개소의 대상지 중 경기도 양평을 최종 후보지로 결정했고, 2007년 조성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민간을 중심으로 결성된 수목장실천회와 수목장림 조성의 법적 근거인 장사법 개정은 커다란 힘이 됐다.
하지만 예상 못한 문제가 생겼다. 주민들이 지가 하락과 지역 이미지 훼손을 이유로 반대에 나서며 갈등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산림청은 수차례 사업설명회로 오해를 바로잡는 한편 주민들과 일대일로 만나 신뢰도를 높이려 노력했다. 또 사업 과정에 주민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지역소득 지원사업도 논의했다. 주민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자 간극은 급속도로 좁혀졌다. 2009년 국립하늘숲추모원 개원식은 화합의 장이었다. 개원을 축하하는 주민의 플래카드가 방문객을 맞았다. 주민과의 상생협력은 잘 이어지고 있다. 하늘숲추모원을 찾는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산림청은 산림환경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고인의 추모목을 정성스럽게 관리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하늘숲추모원은 어느덧 5700여 그루의 그리운 추억을 품은 아름다운 숲이 되었다. 유가족들은 하늘숲에서 지난 추억을 더듬어보며 자연이 주는 따뜻한 위로를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시인 천상병은 귀천(歸天)에서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하늘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수목장림은 현생을 열심히 살다간 고인을 자연으로 보내드리는 최선의 길이라 믿는다. 하늘숲추모원의 10년을 맞는 올해, 수목장림의 역할을 다시 되새긴다.
김재현 산림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