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추석 한국영화 빅3… 이번엔 ‘오락’이다

입력 2019-09-03 04:01
‘타짜: 원 아이드 잭’

명절이면 극장 나들이를 빼놓을 수 없다. 올 추석에도 흥미를 자극하는 기대작들이 쏟아진다. 키워드는 ‘오락’이다. 복잡하게 머리를 굴리고 의미를 새겨가며 봐야 하는 작품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이 관객을 맞는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사극이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자취를 감췄다. 가족 단위 관객을 겨냥한 역사물이 전무한 건 특히 이례적이다. 2015년 ‘사도’, 2016년 ‘밀정’, 2017년 ‘남한산성’, 2018년 ‘물괴’ ‘안시성’ ‘명당’ 등 매년 추석에 사극 개봉은 공식처럼 굳어졌었다.

올해 선택지는 범죄, 액션, 코미디이다. 흥행 시리즈의 명맥을 잇는 ‘타짜: 원 아이드 잭’(감독 권오광)과 2014년 OCN에서 방송된 동명 드라마를 영화화한 ‘나쁜 녀석들: 더 무비’(손용호), 차승원이 이끄는 휴먼 코미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이계벽)가 오는 11일 나란히 출격한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은 각각 568만, 401만 관객을 동원한 ‘타짜’(2006)와 ‘타짜-신의 손’(2014)에 이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전설적인 타짜 짝귀의 아들 도일출(박정민)이 미스터리한 타짜 애꾸(류승범)를 만나 그가 설계한 판에 뛰어든다.

소재나 구성에서 전편들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화투가 아닌 포커를 소재로 삼아 두 주인공과 까치(이광수), 영미(임지연), 권 원장(권해효)이 손을 잡고 펼치는 팀플레이 중심의 전개가 이뤄진다.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각 캐릭터의 맛을 살리는데, 장황한 인물 설명은 극을 다소 늘어지게 한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초유의 호송차량 탈주 사건이 발생하고, 사라진 범죄자들을 잡기 위해 뭉친 나쁜 녀석들의 활약을 그린다. 원작이 색다른 콘셉트의 강력한 범죄 스릴러로 사랑받았다면, 영화는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경쾌한 범죄 오락 액션물로 거듭났다. 원작의 핵심 멤버 박웅철(마동석) 오구탁(김상중)이 중심을 이루고, 팀의 브레인 곽노순(김아중)과 전직 형사 고유성(장기용)이 새롭게 합류한다. 원작에 이어 재회하게 된 마동석과 김상중은 “더 강력해진 액션과 브라운관의 한계를 뛰어넘는 스케일을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유쾌하고도 뭉클한 부성애를 다룬다. 정신지체 장애를 갖게 된 전직 소방관 철수(차승원)가 존재조차 모르던 딸 샛별(엄채영)을 만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다. 가볍게 흐르던 극은 부녀를 둘러싼 과거가 드러나면서 차츰 깊이를 더해간다.

추석 극장가에 오락 영화들이 대거 포진한 것은 철저히 ‘관객의 니즈(Needs)’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최근 몇 년간 사회적 함의가 큰 작품들이 줄지어 개봉해 관객들의 피로도가 높아졌던 탓에 편안한 영화를 찾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더욱이 짧은 연휴에 블록버스터 작품을 개봉하는 게 제작자들로선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이번 추석 개봉작들은 관객 니즈에 맞춘 ‘맞춤 영화’ 혹은 ‘기획 영화’라 할 수 있겠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