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전후해 벌초를 가거나 연휴 기간 성묫길에 오르는 사람들이 주의해야 할 불청객이 있다. 이 맘때는 벌에 쏘이거나 진드기 등에 물리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지난해 추석이 껴 있던 9월 한 달에만 벌쏘임으로 진료받은 환자가 전국에서 3681명에 달했다.
국내 공식적인 보고는 없지만 벌에 쏘이면 뱀에 물린 것 보다 사망률이 5배나 높다. 벌에 쏘이면 일부 환자의 경우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급성 쇼크)에 의해 15분 이내에 생명을 잃을 수 있다. 특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알레르기성 결막염, 비염, 음식 및 약물 알레르기 포함)은 정상인보다 급성 쇼크 발생 확률이 3~5배 높다. 말벌이 꿀벌보다 치사율이 높아 초기에 신속히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벌쏘임을 피하려면 옷차림새가 중요하다. 단조로운 색상의 옷으로 온 몸을 최대한 감싸는 것이 좋다. 긴 바지와 긴소매 옷을 착용하고 향수나 스킨 로션은 자제한다. 화려한 색상과 무늬의 옷, 몸에 밀착되지 않고 바람에 팔랑거리는 의복은 피한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정지원 교수는 2일 “특히 금색 계열의 장신구(목걸이, 팔찌 등)가 햇빛에 반사되면 벌이 모여들기 쉬우므로 착용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부득이하게 벌에 쏘였을 땐 벌침을 빨리 제거해야 한다. 쏘인 부위를 손으로 짜는 것 보다는 신용카드 등으로 해당 부위를 긁어서 빠지도록 하는 게 안전하다. 침을 제거한 후에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는지 살펴본다. 다만 약물, 꽃가루, 음식 등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천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증상과 상관없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추수기는 야생 진드기로 인한 감염병이 유행하는 때이기도 하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살인 진드기’로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가 매개체가 돼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지난해에도 259명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그 중 46명이 숨졌다. 감염 초기 40도 넘는 고열과 피로, 식욕 저하, 구토, 설사, 복통 증상을 보인다.
쯔쯔가무시병은 집쥐, 들쥐, 들새 등에 기생하는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옮는다. 물린 뒤 1~2주 잠복기가 지나면 열나고 몸에 발진이 돋는다. 초기 물린 부위에 1㎝ 정도 가피(검은 딱지)가 생기는게 특징이다. 가피는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등에 있는 경우도 많아 몸 전체를 살펴봐야 한다.
건국대병원 감염내과 윤지현 교수는 “초기에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별 문제가 없다”면서도 “단순 감기로 착각해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심한 경우 호흡곤란이나 뇌수막염, 뇌염 같은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년 1만명 안팎의 쯔쯔가무시병 환자가 발생하며 지난해 5명이 목숨을 잃었다.
SFTS와 쯔쯔가무시병 모두 예방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아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게 상책이다. 벌초나 성묘, 도토리·밤 줍기, 주말농장, 텃밭 가꾸기, 등산 등 야외활동 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야산에서 활동할 때는 장화나 운동화를 신고 긴바지와 긴소매 옷을 입는다. 풀밭에는 가급적 앉지 않는다.
정지원 교수는 “추석 즈음에는 쥐 등 설치류가 옮기는 ‘렙토스피라증’과 ‘신증후성출혈열’ 등 가을철 유행 감염병에도 잘 걸리는 만큼, 성묘나 나들이 가서는 오염된 것으로 보이는 토양과 고여있는 물을 함부로 만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