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1일(현지시간) 예정대로 서로를 향해 각각 최대 15%, 10%의 보복성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양국의 무역 갈등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당초 9월로 점쳐진 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 재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세계 경제의 두 축이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무역 난타전을 이어가면서 세계 경제도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미국 동부 기준으로 1일 0시부터 총 112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추가 관세 대상 품목은 TV와 시계, 가구, 식기, 신발 등 대부분 일상생활과 밀접한 소비재들이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이번 조치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 3.1%에 불과했던 중국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평균 관세는 21.2%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중국은 미국의 추가관세에 맞서 1일부터 750억 달러, 총 5078개 미국산 수입품 가운데 1717개 품목에 대해 5% 혹은 10%의 관세를 부과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관세 부과 대상에는 미국 원유가 처음 포함됐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미국 농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두·돼지고기도 포함됐다.
양국의 상호 추가 관세는 앞으로도 예정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12월 15일부터는 휴대전화 등 약 16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15%의 2차 추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 경우 사실상 중국에서 수입된 모든 상품에 고율의 관세가 매겨지게 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국은 이미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 중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10월 1일부터 5% 포인트 상향된 3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중국도 12월 15일부터 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각각 25%, 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국의 ‘9월 협상’도 불투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9일 중국과 ‘다른 급’의 무역협상이 예정돼 있다고 언급해 이목이 집중됐지만 아직 뚜렷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양보하거나 미국 경제가 약화되고, 특히 선거가 다가올 때 경기 침체 조짐이 보이면 방향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까지 개선의 조짐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