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연일 쏟아내는 말·말·말… 민심 잡으려다 되레 ‘뒷말’

입력 2019-09-02 04:05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들끓는 정국에서 여야가 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지만, 여론의 역풍을 맞는 발언이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후보자를 두둔하려다 섣부른 해명으로 국민 정서를 헤아리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잇따른 막말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조국 사태’ 속에서 여야의 대응이 내년 총선 민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30일 부산에서 열린 정권 규탄대회에서 지역주의를 자극하는 말을 쏟아냈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광주일고 정권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부산·울산·경남지역 주민들이 뭉쳐서 반드시 심판하자”고 말했다. 그는 “이 정권 들어 부·울·경 지역을 정말 차별한다. 서울의 구청장 25명 가운데 24명이 민주당 소속인데 이 중 20명이 광주·전남·전북 출신”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정치적 금도를 넘어섰다”고 비난했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는 31일 조 후보자에 대해 “더 이상 국민 우롱 말고 사무실의 꽃을 보며 자위(自慰)나 하시라”라는 논평을 내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은 “자위는 ‘스스로 위로한다’는 뜻의 한자어지만 수음(手淫)을 다르게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며 “중의적 표현이라지만 문장의 맥락상 명백히 조 후보자를 성적 희롱하고 국민을 모욕하는 발언”이라며 김 원내대변인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연일 조 후보자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지만 이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조 후보자의 딸이 2주간의 인턴 활동만으로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을 두고 “누구나 노력하고 시도하면 얻을 수 있는 보편적 기회”라고 말해 공분을 샀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도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29일 tbs 라디오에서 ‘서울대생이라는 것은 일종의 기득권’이라는 진행자의 말을 받아 “자격이 의심스러운 자가 기득권을 누리거나 자부심의 손상을 준다면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집단적으로 표출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조 후보자를 규탄하는 대학가 촛불집회에 대해 “순수하게 집회하러 나온 대학생이 많은지, 구경하러 온 한국당 관계자들이 많은지 알 수 없다”며 “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들 그렇게 집회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조 후보자의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부적절하고 심각한 오버(정도를 넘는 일)였다”고 지적했다.

유 이사장의 발언을 놓고 민주당 내에서 ‘오버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용진 의원은 30일 채널A에 출연해 유 이사장을 향해 “(조 후보자를) 편들어주는 것은 고맙게 생각하지만 오버하지 말라”고 했다. 또 “유 이사장이 학생운동할 때 부모님이 걱정하셨지 않느냐. 나라 걱정하는 마음은 우리 젊은 친구들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후 같은 당 전재수 의원이 박 의원을 공격했다. 전 의원은 “자네(박 의원)의 ‘오버하지 말라’는 발언은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자네 발언이 어떻게 악용되고 있는지 주위를 둘러보라. 제발 오버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