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한국 수출 8.2% 감소한 8월, 한국산은 6.2% 줄었다

입력 2019-09-02 04:07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제 살 깎아 먹기’로 드러나고 있다. 8월에 일본산 반도체 제조용 장비의 한국 수입이 1년 전보다 30% 넘게 감소했다. 지난 7월 수출규제 조치를 발동한 이후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감소 폭은 한국의 대일 수출 감소 폭보다 더 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8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대일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6.2% 줄어든 22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한국의 일본산 수입은 8.2% 감소한 38억86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대일 수출과 수입이 함께 줄었지만,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한 것이다.

일본산 제품의 수입은 올해 초부터 꾸준히 줄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대일 수출이 1월과 5월 각각 1.3%, 1.0% 증가했던 것과 달리 한국의 대일 수입은 1월 -9.8%를 시작으로 줄곧 감소세다.

다만 8월 수출입 동향에선 ‘일본산 반도체 제조용 장비’ ‘일본산 원동기 부품’ 등 부품·장비 분야 수입이 눈에 띄게 줄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의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32.6%, 원동기 부품 수입액은 28.2%나 떨어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산 반도체 제조 장비 수입 감소는 반도체 업황 부진의 영향이 크다. 반도체 수출이 부진하다 보니 국내 반도체 업체가 일본산 장비 수입량을 줄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수개월째 이어지는 반도체 업황 부진에 일본의 수출규제가 더해지면서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은 더 높아진 상태다. 이게 일본 반도체 장비 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한국의 직접피해는 아직 집계되지 않고 있다. 전체 대일 수입에서 일본이 수출규제를 하는 3가지 품목(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비중은 1.8%에 불과하다. 전체 수입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일본은 7월 4일부터 3개 품목의 수출을 제한했지만, 지난 7일과 19일에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허가했다. 29일에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수출을 허가한 상태다.

산업부 관계자는 “3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가 실제 생산 차질로 연결된 사례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 기업에 미치는 피해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반도체 업황 자체를 불확실하게 만들면서 일본 기업에 자충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 한국의 대일 무역수지 적자는 16억2600만 달러였다. 불매운동 대상이 된 소비재가 전체 일본산 제품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산업부는 8월 수출이 1년 전보다 13.6% 줄어든 442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1.7%)로 돌아선 이후 9개월 연속 감소 흐름를 보였다. 반도체(-30.7%)와 석유화학(-19.2%) 석유제품(-14.1%) 등 주력 품목의 수출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지난해 수출 선전의 기저효과도 부진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