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의회 셧다운 막아라” 野 총공세… 존슨 벌써 위기 봉착

입력 2019-09-02 04:09
영국 런던에서 31일(현지시간) 브렉시트와 의회 정회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한 시위 차가자는 존슨 청리로 보이는 꼭두각시를 만들어 매달았다. AP뉴시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오는 10월 31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시한을 앞두고 의회 정회를 전격 결정했지만 이번 주 의원들이 이를 막기 위한 입법에 나설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또 시민단체 등이 의회 정회가 헌법 위반이라며 법원에 금지명령을 신청함에 따라 이에 대한 법리 공방도 시작될 것으로 보여 존슨 총리는 취임 후 첫 위기 국면을 맞게 됐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1일(현지시간) 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이 3일 의회에 복귀하는 즉시 오는 10일 전후로 시작될 의회 정회를 저지하기 위한 법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야권에서는 법안에 아예 브렉시트 시한을 늦추는 방안도 담을 전망이다. EU 측도 최근 영국에 브렉시트 시한을 늦출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를 방문한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전날 “이번 주가 노딜 브렉시트를 저지할 마지막 기회”라면서 “노딜 브렉시트를 저지하고 총리가 우리(영국)를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의 손에 갖다 바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하원에서 노딜 브렉시트 저지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노동당은 존슨 내각 불신임 투표를 추진할 방침이다. 집권 보수당에서 노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의원들도 야당의 입법 노력에 동조하고 있어 존슨 총리에게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7월 보수당 당대표 경선에서 존슨 총리와 맞붙었던 로리 스튜어트 전 국제개발부 장관은 스카이뉴스에 “노딜 브렉시트를 선택하겠다는 것은 엄청난 실수”라면서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 10여명이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존슨 내각에 반기를 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하원에서 보수당은 겨우 1석 차이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의회 정회를 저지하기 위한 법적 절차도 본격화된다. 3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5일 런던과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각각 “의회 정회는 위법이자 위헌”이라는 금지명령 신청과 관련해 심리가 시작된다. 다만 앞서 30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최고민사법원은 “의회 정회 중단을 막기 위한 임시 명령을 내려달라”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조안나 체리 의원의 요청을 기각했다. 현 단계에서는 임시 명령의 필요성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존슨 총리의 결정에 분노한 영국 시민 수천명이 런던을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항의 시위에 나섰다. 시위대는 ‘민주주의를 수호하라’ ‘쿠데타를 멈춰라’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시위대는 총리 집무실이 있는 런던 다우닝가로 몰려가 “보리스 존슨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앞서 존슨 총리는 지난 2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오는 10월 14일 의회에서의 ‘여왕 연설’을 요청했고, 여왕은 전례에 따라 이를 승인했다. 여왕 연설 전 의회를 정회하는 관행에 따라 의회는 9월 둘째 주부터 여왕 연설이 열리는 10월 14일까지 한 달가량 정회된다. 하원에서 브렉시트를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은 3주도 채 남지 않게 된 셈이다. 다만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민생 법안들을 서둘러 처리하기 위해 의회 일정을 조정했을 뿐”이라며 “의원들은 3일 복귀 후 브렉시트를 논의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