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사진)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4일 북한을 방문한다. 왕 국무위원의 방북은 북·중 수교 70주년 기념일(10월 6일)에 맞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및 양국 정상회담 의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중은 답보 상태인 북·미 비핵화 협상 동향을 공유하고,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1일 “외무상 리용호 동지의 초청으로 중국 국무원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왕이 동지가 곧 조선(북한)을 방문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앞서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30일 왕 국무위원이 2∼4일 북한을 방문, 리 외무상과 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왕 국무위원의 방북은 김 위원장의 방중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개최 등을 조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다음 달 1일 신중국 수립 70주년과 같은 달 6일 북·중 수교 70주년을 전후해 방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 수교가 정주년(5년·10년 단위로 꺾이는 해)을 맞은 만큼 김 위원장의 베이징 답방과 정상회담 개최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북·중 정상회담은 지난 6월 시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5번째 회담이 열린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처음으로 베이징을 찾는 등 총 4차례 방중했다.
북·중 정상회담 성사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가 탄력을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북·중 정상회담이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6·30 판문점 회동에 앞서 열렸기 때문이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전 매번 중국과 ‘작전회의’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왕 국무위원 방북 때에도 북·미 비핵화 협상 상황을 공유하고, 향후 전략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중 수교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왕 국무위원이 북한을 찾는 것 같다”며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에 관한 의견 조율이 안 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북·중 정상회담을 먼저 하고 북·미 대화에 본격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북·중 수교 70주년 기념일과 관련한 준비사항과 주요 정치지도자들의 상호 교차 방문 등을 논의할 것”이라며 “또 북·중 관계를 격상하는 문제도 다룰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중국은 북한이 비핵화에서 전향적인 입장을 갖도록 강조해, 갈등 중인 미국을 위한 선물을 준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