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환원 첫날 유가 급등… “주유소, 가격부터 올리고 보나”

입력 2019-09-02 04:05
한 운전자가 1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넣고 있다.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가 끝나면서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하루 만에 13원가량 올라 ℓ당 1500원을 넘었다. 윤성호 기자

정부의 유류세 한시적 인하 정책이 끝난 첫날부터 전국 평균 유가는 전날 대비 ℓ당 13원가량 급등했다. 지난해 유류세 인하는 소비자가격에 반영되기까지 10일 넘게 걸린 반면 가격 인상은 즉각 반영되자 주유소업계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눈총이 따갑다.

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30분 기준 전국 평균 유가는 ℓ당 1509.16원으로 전날보다 12.48원 올랐다. 지난 7월 1일 1400원대로 떨어진 지 2개월 만에 다시 1500원선을 돌파했다. 경유도 1363.44원으로 9.39원 올랐다. 액화석유가스(LPG)는 공급가 하락분이 유류세 상승분을 상쇄하면서 전날보다 0.43원 오른 785.16원에 그쳤다. 전국에서 유가가 가장 비싼 서울의 경우 휘발유 1615.55원, 경유 1474.48원으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이는 전날보다 각 20.00원, 15.46원 오른 것이다. 특히 서울 중구는 휘발유 2026원, 경유 1875원을 기록해 서울 자치구 가운데서도 가장 높았다.


이날 유가는 눈에 띄게 올랐지만 실제 정유사의 공급가격에는 아직 유류세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았다. 일선 주유소에서 선제적인 가격 인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류세 인하 종료 발표일인 지난 22일부터 유가는 이미 상승세로 전환됐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의 공급가격은 유류세 인상분이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 오른 가격은 주유소가 책정한 판매가로 봐야 한다”며 “원래대로면 유류세 변동은 주유소별로 재고 소진 속도에 따라 점진적으로 반영된다”고 전했다.

통상 정유사가 출고한 석유 제품은 유조차, 선박 등을 통해 배송되고 지역별로 있는 저유소에 저장됐다가 주유소로 향한다. 이 과정은 보통 2주가 걸린다. 실제 지난해 11월 유류세 인하 시행 때는 판매가에 인하 가격이 반영되기까지 10일 넘게 걸렸다. 유류세 인하 당시 주유소들은 “재고 물량을 소진할 때까지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엔 재고가 아직 남았는데 가격부터 올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앞서 정유업계와 대한석유협회, 석유유통협회, 주유소협회 등 석유유통단체들은 “유류세 인상분이 소비자가격에 완만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석유대리점과 주유소 사업자들에게 계도와 협조 요청을 통해 세금 환원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도록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주유소의 판매가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방법은 없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는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움직이게 돼 있고, 정부의 개입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주유소의 잘못을 따지기보다 정부의 유류세 적용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불안정할 때마다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인하하는 것보다 세율을 국제유가에 맞춰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게 더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