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정부의 책임 회피… 연금개혁도 좌초했다

입력 2019-09-02 04:03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국민연금 개편안 합의에 실패하면서 단일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경사노위 국민연금개편특위는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간 머리를 맞댔지만, 현행 제도 유지를 포함한 3개 안을 제시하고 지난 30일 활동을 종료했다. 총선을 눈앞에 둔 국회가 뜨거운 감자인 국민연금 개편을 고민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단일안도 아니니 차일피일하며 핑계 대기 더 쉽다. 문재인정부 하에서 연금 개편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5년마다 하게 돼 있는 장기재정 추계 결과와 재정안정화 방안을 내놓은 게 지난해 8월이다. 위원회는 현재대로라면 국민연금기금이 직전 추계보다 3년 빠른 2057년에 고갈될 것이라며 보험료율 인상을 골자로 한 2개 안을 권고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토대로 연금제도 개편안을 만들었고, 국민 의견수렴 과정까지 거쳐 청와대에 보고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보험료율 인상 부분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퇴짜를 놨다. 당시 문 대통령의 지시는 국민의 보험료 부담은 늘리지 않으면서 장기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신묘한’ 안을 들고 오라는 얘기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청와대의 질책을 들은 복지부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제도 개편안은 ‘현행 유지안’을 포함한 사지선다였다. 정부안은 보통 단일안 아니면 2개 복수 안인데 4개나 제시한 것을 두고 “결정을 안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마저도 정부는 국회와 합심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며 경사노위에 개편안을 넘겼다. 연금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론이 모여지리라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예상대로 연금 개편안은 경사노위에서 8개월간 허송세월했고, 개혁은 추진력을 잃었다. 문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개편안을 퇴짜놨을 때 이미 이번 정부에서 연금 개혁은 끝났다는 말이 맞았다.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말은 책임 회피의 완곡어법에 불과했다.

청와대가 미래 세대가 떠안게 될 어마어마한 보험료 폭탄 부담을 조금이라도 고민한다면 이런 행태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부’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