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은 비리 넘어선 公正 문제, 검찰 수사로 해소될 성질 아냐…
청문회를 게임의 룰 바로잡는 출발점 삼아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개최될지 불투명해졌다. 여야가 합의했던 일정은 무산될 위기에 놓였고 증인 채택을 둘러싼 이견은 좁혀질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검찰 수사를 받게 돼 이미 자격을 잃었으니 청문회가 필요 없다는 주장부터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국민청문회를 하자는 의견까지 나와 있다. 청문회 없이도 임명을 강행하려는 듯한 청와대 기류가 혼란을 가중시킨다. 조국 사태는 이제 진영싸움이 됐다. 인터넷에선 여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어떤 문제보다 국민적 관심이 큰데, 어떤 이슈보다 심각한 갈등을 초래했다. 정치가 그렇게 만들었고, 풀어낼 책임도 그들에게 있으며, 갈등을 정리할 첫 단추로 청문회 문제가 떠올랐다.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려 한다.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이쯤 되면 직접 들어야겠다. 사태가 이렇게 커진 것은 비리를 넘어선 공정(公正)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는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답했지만 사람들은 “법과 제도 안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는가”를 묻고 있다. 불법 여부를 따지는 검찰은 비리가 있는지 가려낼지언정 이 질문에 합당한 답변은 내놓지 못할 것이다. 비리는 조 후보자 개인의 문제지만 게임의 룰과 직결된 공정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 룰이 정말 잘못돼 있는지, 어디서부터 그리 됐는지 논란 당사자를 통해 직접 확인할 권리가 국민에게 있다. 청문회는 열려야 한다.
청문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에서 국민이 부여한 권한에 기초해 진행하는 것이 옳다. 국회를 벗어난 비공식 청문 절차는 거론되지도 말았어야 했다. 공정을 논할 자리인데 또 다른 게임의 룰을 에둘러 편법으로 하는 게 말이 되는가. 여당은 이 구상을 접어야 한다. 그동안 많은 후보자가 부적격 청문보고서에도 임명됐고 청문회 없이 임명된 전례도 있다. 하지만 조 후보자 경우는 다르다. 후보 개인을 넘어선 문제가 돼버린 데다가 심각한 갈등과 분열이 빚어졌다. 밀어붙인다고 잊히거나 잦아들 성질의 것이 아니다. 청와대가 청문회를 통과의례 정도로 여긴다면 치명적인 오판이 될 수 있다. 청문회는 열려야 하고, 그것은 국회에서 열려야 하며, 청문회 이후 여론의 향배가 조 후보자 거취를 결정하게 해야 한다.
비리를 도려내긴 쉽다. 법대로 하면 된다. 조국 사태에서 사람들이 가장 분노한 건 상류층이 법과 제도를 활용해 기득권을 대물림한 행태였다. 공정한 룰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바로세우는 일은 지난할 것이다. 하지만 해내야 하고, 청문회가 그 시작이 돼야 한다.
[사설] 조국 청문회는 열려야 한다
입력 2019-09-02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