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주한미군기지 조기반환 추진… 동맹 향해서도 ‘국익’ 목소리

입력 2019-09-02 04:06

청와대가 지난 3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주한미군 기지 조기 반환을 적극 추진한다고 밝힌 것은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한·미동맹 균열 우려가 높아지던 때 나온 입장 발표라는 점에서다. 청와대가 “기지 반환이 장기간 지연됨에 따라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힌 점도 이례적이었다.

청와대의 주한미군 기지 적극 반환 발표에는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기점으로 강경해진 이른바 ‘국익 우선주의’가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9일 “아무리 동맹 관계를 증진시켜야 한다 해도 국익 앞에 어떤 것도 우선시될 수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기지 반환 메시지는 동맹인 미국을 향해서도 국익을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취지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서 증액을 압박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의식한 포석일 수도 있다.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을 부담시키려는 미국 측에 ‘과도한 요구’라는 근거로 환경오염 치유비 문제를 꺼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80개 주한미군 기지 중 54개를 반환했다. 남은 26개 가운데 19개는 반환 절차를 시작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나머지 7개는 반환 절차 개시를 위한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청와대가 콕 집어 ‘기지 반환 장기간 지연에 따른 문제’를 지적한 강원도 원주 캠프 롱과 이글, 인천 부평 캠프 마켓, 경기도 동두천 캠프 호비 사격장 4곳은 반환 협의가 진행 중인 곳으로 모두 2009~2011년 폐쇄됐다. 한·미가 2010~2011년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통한 부지 반환 절차를 협의키로 한 뒤로도 논의가 지지부진한 곳들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지 4곳의 환경오염 치유비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적극 반환 메시지는 외국군 주둔지로 활용됐던 용산을 공원으로 조성해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구상과도 맞물려 있다. 정부는 용산기지 이전 완료 이후 2027년까지 국가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용산기지의 토양오염 조사와 정화활동 등 절차를 거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미연합사령부 본부의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인 험프리스 이전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일정과 무관치 않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전환이 이뤄지려면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 이전인 2021년에는 연합사 본부가 험프리스로 이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방부는 1일 “연합사 본부의 험프리스 이전 계획을 미국 측과 협의 중이지만 구체적인 이전 계획과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지 반환 촉구라는 지자체 숙원 사업을 해결하는 데 청와대가 힘을 싣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