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번엔 군사기밀 유출 논란

입력 2019-09-02 04:0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가 또 말썽을 일으켰다. 이번엔 군사기밀 사진 누출 논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이란 우주센터의 로켓 발사대에서 발사체가 사고로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해상도 위성사진(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이란에 있는 ‘셈난 발사장 1’에서 사피르(Safir) 위성발사체(SLV) 발사를 위한 최종 발사 준비 도중 생긴 재앙적인 사고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글을 올렸다. 또 “나는 이란이 발사장 1에서 무슨 일이 생겼는지 밝혀내는 데 행운이 있기를 기원한다”고 비꼬았다. 그러나 이 멘션은 미군의 군사기밀을 누출했다는 후폭풍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이미지는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보다 훨씬 해상도가 높아 미국 정보 당국의 정찰위성에서 찍은 사진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과 정보 당국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 브리핑에서 나온 기밀 사진을 올린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면서도 “일부 관리들은 해당 이미지가 정찰위성 사진의 모든 특징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가장 핵심적인 증거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사진의 왼쪽 상단에 검은색으로 무언가를 지운 흔적이 남아 있는 부분이다. 군사기밀 사진들은 왼쪽 상단에 기밀 등급을 표시하도록 돼 있는데, 기밀 등급을 지운 사진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모든 활동을 속속들이 다 꿰고 있다는 불안감을 주기 위해 일부러 공개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사진 공개로 적국이 군사 활동을 더욱 숨기게 될 것이라는 비판론도 제기된다고 CNN은 전했다. 대릴 킴벌 미 군축협회 소장은 NYT에 “국가안보 현안에 트럼프 대통령의 목적 없고 충동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사진을 갖고 있고, 나는 그것을 공개했다”면서 “나는 그렇게 할 절대적인 권리가 있다”고 강변했다.

앞서 AP통신은 이란이 올해에만 세 번째 인공위성 발사 실험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란이 탄도미사일 개발을 목표로 위성 발사 실험을 한다고 의심하지만 이란은 통신용 위성이라는 입장이다.

이란 정부는 31일 인공위성 ‘나히드-1’의 모습을 공개하면서 “나히드-1은 지금 여기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우리의 인공위성 발사 실패를 주장할 만큼 확실히 이를 촬영했다면 이란군이 그들의 무인정찰기를 격추하는 동영상도 있을 텐데 공개해보라”고 꼬집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