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컴패션 사무실에 31일 5명의 회원들이 모였다.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의 브카시로 비전트립을 떠났던 이들이다. 후속모임을 가지며 그때의 감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은 비전트립이 삶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고백했다.
참석자 중 유일한 남성인 윤관식(32)씨는 비전트립을 가기 전 자신을 ‘광야를 헤매는 사람’이라 표현했다. 정보기술(IT) 분야 개발자인 그는 성과 위주의 사회에서 늘 긴장하며 살다가 자신을 채우기 위해 떠난 인도네시아 비전트립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가난한 아이들이 매일 기도하고 기쁨으로 찬양했어요. 어느 날 한 아이가 저를 안아주는데 그동안 느끼지 못한 체온을 느꼈습니다. 엄청나게 혼나고 온 저를 하나님이 안아주는 것 같았어요.”
습관처럼 교회를 다니던 윤씨는 인격적으로 성령을 만났다. 김혜미(31)씨도 윤씨와 같다.
“저는 자본주의의 선봉에 선 회계사예요. 6년차가 되니 매너리즘에 빠졌어요. 삶의 의미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지 고민했어요.”
김씨는 한 아이의 가정을 방문한 뒤 뜨거운 감정을 느꼈다. 개천 위 판잣집에 사는 부모의 얼굴엔 고단한 삶이 묻어났다. 함께 사는 두 딸의 얼굴도 어두웠다. 김씨는 “아이들과 컴패션 지역아동센터로 가면서 번역기를 돌려가며 이야기를 하는데 어두웠던 아이들의 얼굴이 환해졌다”며 “돈을 버는 이유, 그리고 그 돈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비전트립을 여러 번 경험한 사람도 매번 다른 형태의 울림을 얻었다. 세 번째 비전트립이었다는 석정미(34)씨는 “컴패션 졸업생들을 통해 하나님이 이렇게 열매를 맺어 주시는구나를 느꼈다”고 전했다.
이들이 후속 모임을 갖게 된 것은 그때의 감동을 이어가자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주말이면 고아원 방문, 연탄배달 등 봉사활동을 한다. 한지연(34)씨는 후속 모임의 또 다른 강점도 이야기했다.
한씨는 “컴패션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면서 집단 지성의 힘을 느꼈다”며 “인도네시아의 낸시라는 친구를 함께 후원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믿음의 동역자가 생긴 것도 성과다.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참석자 중 연장자인 석정원(46)씨는 “비전트립은 하나님이 준비해서 보내주시는 거 같다”면서 “아이들이 최소한의 영양이라도 섭취할 수 있도록 염소 등을 각 가정에 선물하는 양육보완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석씨의 개인 목표는 100명의 어린이를 후원하는 것이다.
윤씨도 “후원 아동이 4명으로 늘었다”며 “업무 역량을 발휘해 아이들이 좋아할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