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를 헤매던 삶에서 모든 게 바뀌었다”

입력 2019-09-02 00:05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컴패션을 통해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로 비전트립을 다녀온 이들이 후일담을 나누기 위해 31일 컴패션 사무실에 모였다. 왼쪽부터 김혜미 한지연 윤관식 석정미씨. 강민석 선임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컴패션 사무실에 31일 5명의 회원들이 모였다.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의 브카시로 비전트립을 떠났던 이들이다. 후속모임을 가지며 그때의 감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은 비전트립이 삶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고백했다.

참석자 중 유일한 남성인 윤관식(32)씨는 비전트립을 가기 전 자신을 ‘광야를 헤매는 사람’이라 표현했다. 정보기술(IT) 분야 개발자인 그는 성과 위주의 사회에서 늘 긴장하며 살다가 자신을 채우기 위해 떠난 인도네시아 비전트립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가난한 아이들이 매일 기도하고 기쁨으로 찬양했어요. 어느 날 한 아이가 저를 안아주는데 그동안 느끼지 못한 체온을 느꼈습니다. 엄청나게 혼나고 온 저를 하나님이 안아주는 것 같았어요.”

습관처럼 교회를 다니던 윤씨는 인격적으로 성령을 만났다. 김혜미(31)씨도 윤씨와 같다.

“저는 자본주의의 선봉에 선 회계사예요. 6년차가 되니 매너리즘에 빠졌어요. 삶의 의미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지 고민했어요.”

김씨는 한 아이의 가정을 방문한 뒤 뜨거운 감정을 느꼈다. 개천 위 판잣집에 사는 부모의 얼굴엔 고단한 삶이 묻어났다. 함께 사는 두 딸의 얼굴도 어두웠다. 김씨는 “아이들과 컴패션 지역아동센터로 가면서 번역기를 돌려가며 이야기를 하는데 어두웠던 아이들의 얼굴이 환해졌다”며 “돈을 버는 이유, 그리고 그 돈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비전트립을 여러 번 경험한 사람도 매번 다른 형태의 울림을 얻었다. 세 번째 비전트립이었다는 석정미(34)씨는 “컴패션 졸업생들을 통해 하나님이 이렇게 열매를 맺어 주시는구나를 느꼈다”고 전했다.

이들이 후속 모임을 갖게 된 것은 그때의 감동을 이어가자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주말이면 고아원 방문, 연탄배달 등 봉사활동을 한다. 한지연(34)씨는 후속 모임의 또 다른 강점도 이야기했다.

한씨는 “컴패션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면서 집단 지성의 힘을 느꼈다”며 “인도네시아의 낸시라는 친구를 함께 후원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믿음의 동역자가 생긴 것도 성과다.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참석자 중 연장자인 석정원(46)씨는 “비전트립은 하나님이 준비해서 보내주시는 거 같다”면서 “아이들이 최소한의 영양이라도 섭취할 수 있도록 염소 등을 각 가정에 선물하는 양육보완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석씨의 개인 목표는 100명의 어린이를 후원하는 것이다.

윤씨도 “후원 아동이 4명으로 늘었다”며 “업무 역량을 발휘해 아이들이 좋아할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