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이정옥도 험난했던 청문회… ‘코드인사’·‘자녀 입시’ 공방

입력 2019-08-31 04:02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경청하던 중 눈을 감고 있다.

지난 8·9 개각으로 임명된 장관과 장관급 후보자들이 유례없이 험난한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 개각의 핵심이자 논란의 중심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다음 달 2~3일로 잡혀 있었지만, 여야가 증인 채택 문제로 대립하면서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청문회는 여야 신경전 끝에 다음 달 2일 열기로 했다.

어렵게 여야 간 일정을 합의해 청문회를 진행한 후보자들의 성적표 역시 썩 좋지 않다. 지난 29일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와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뤄졌으나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만 채택됐다.

이런 가운데 30일 국회에서 열린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하나같이 부적격하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자유한국당이 조 후보자 다음으로 부적격 후보로 꼽았던 한 후보자 청문회에선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과 한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이 핵심 쟁점이 됐다. 박성중 한국당 의원은 “한 후보자는 편파성과 편향성에 있어 방통위의 독립성·중립성·공정성을 확보할 인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윤상직 의원도 “편향된 시각을 가진 사람은 방통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 의원들은 한 후보자를 조 후보자에 빗대며 비판했다. 정용기 한국당 의원은 부당 소득공제·다운계약서 의혹 등을 거론한 뒤 “‘조로남불’이 유행하는데 ‘한로남불’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라며 “자신에게 관대하고 남에게 엄격한 것이 이 시대 좌파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박대출 의원도 “방송계의 조국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위험한 발언을 한 사람”이라 주장했다.

한 후보자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가짜뉴스는 표현의 자유 보호 범위 밖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를 언급한 뒤 방통위의 가짜뉴스 규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후보자는 “방통위는 규제 권한이 있지도 않고, 함부로 규제해서도 안 된다”며 “일관되게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완성과 발전을 위해 보장돼야 하는 중요한 기본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이 후보자의 청문회에선 자녀의 대학 입시 의혹을 둘러싼 야당의 문제 제기가 쏟아졌다. 이 후보자의 딸은 고교 3학년 때 부모 도움을 받아 쓴 책을 활용해 연세대에 ‘무수능 전형’으로 합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당 송희경 의원은 책의 출간 자체는 물론 책에 실린 인도 대통령의 추천사, 책을 다룬 언론사의 칼럼까지 모두 엄마인 이 후보자 찬스를 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대학이 (딸 저서의) 추천사만 보고 입학을 결정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처신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국회에 자녀 관련 자료 제출이 늦어진 것과 관련, “일하는 여성으로 출산 2개월 후 박사 논문 마무리에 몰두하는 등 자녀를 충분히 돌보지 못했기 때문에 자녀의 인격이나 개인적 선택을 강요하기 어려웠다”며 “(성적증명서 등 자료를) 떼놓고도 아이를 설득해 동의를 얻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