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0일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지난달 금리인하를 단행했던 터라 당분간은 대내외 경기 변동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판단이다. 다만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내에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수출과 투자 부진이 지속하는 가운데 소비마저 어려워지면서 경제성장세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지면 금리인하는 통화정책 ‘실탄’으로 쓰일 전망이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 경제 성장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금리를 내릴 경우 시장 불확실성을 더 키울 수 있어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한 채 경기흐름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이다.
금리를 내리면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 양상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4주차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주보다 0.03% 상승하는 등 최근 서울 집값은 상승세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금리인하가 단행되면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고, 가계부채 증가를 부채질할 수 있다. 한은은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올해 안에는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도 높다. 금리인하라는 통화정책을 활용해 경기 전환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국내 경제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 부정적인 전망은 현재와 미래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 흐름지표에서도 나타난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1 포인트, 향후 경기 상황을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3 포인트 하락했다. 두 지표 모두 2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올해 금통위는 오는 10월 16일, 11월 29일 두 차례 남았다. 한은이 한 차례 금리를 더 내리면 역대 최저금리(연 1.25%)와 같아진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대외 리스크 요인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국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종합적으로 보고 경제지표를 확인하며 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