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한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의 무죄를 판단한 게 아니라 2심이 ‘분리선고’를 하지 않은 절차적 잘못을 지적한 것이었다. 파기환송심이 공소사실들을 따로 판단할 경우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은 오히려 늘어날 것이란 해석이 많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특가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 전 대통령은 따로 상고하지 않아 대법원은 검사가 상고한 무죄 부분만 우선 다시 심리했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까지도 뇌물이라는 등의 검사 측 상고 이유는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2심 무죄 부분은 모두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은 직권으로 원심 판결의 문제를 살폈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재임 중 직무와 관련해 뇌물 등의 죄를 범한 때 분리선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의 1·2심 재판부가 뇌물 혐의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등과 묶어 선고해 위법하다는 판단이었다.
사건을 넘겨받을 서울고법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과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를 별도의 양형으로 선고해야 한다. 법조계는 “분리선고의 경우 통상 형량이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여러 혐의를 합친 경합범의 경우 가장 무거운 죄를 기준으로 형을 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60대인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이 현재까지 이미 32년에 이르는 터라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이외에도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로 2심까지 징역 5년이 선고돼 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대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운동을 하는 등 평소와 같은 하루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은 국회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지 꼭 1000일이 되는 날이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