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31일 시위 앞두고 폭풍전야… 주둔군 심야 교체한 中

입력 2019-08-30 04:03
홍콩 주둔군으로 배치될 중국 인민해방군의 장갑차들이 29일 새벽 중국 선전의 황강 다리를 건너 홍콩으로 진입하고 있다. 인민해방군의 주둔군 교체는 ‘중국 홍콩 특별행정구 군 주둔법’에 따라 연례적으로 이뤄지는 것이지만, 31일 대규모 시위가 예정된 시점이어서 중국 본토의 무력개입을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화연합뉴스

이번 주말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중국군 당국이 홍콩에 주둔하는 인민해방군 부대를 교체했다. 연례적인 절차지만 홍콩 시위가 격화되는 상황이어서 본토의 무력개입 가능성을 암시하는 제스처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홍콩 경찰은 주말 집회와 시위를 전면 불허할 방침이어서 경찰과 시위대의 격렬한 충돌이 우려된다.

29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인민해방군은 이날 새벽부터 홍콩 주둔군 교체 작업을 시작해 오전까지 마무리했다. 이번 주둔군 교체는 ‘중국 홍콩 특별행정구 군 주둔법’에 따라 연례적으로 22번째 이뤄진 절차로, 선전과 홍콩 접경의 통로를 통해 신속하게 이뤄졌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신화통신은 선전과 홍콩 접경인 황강 검문소를 통해 중국군 장갑차와 군용트럭이 홍콩으로 진입하고, 스톤커터스 해군기지 부두에 병력을 태운 군함이 정박해 있는 사진을 보도했다. 마카오 주둔군도 20번째 교체 작업을 마쳤다.

홍콩 주둔군은 “홍콩의 일국양제 정책과 홍콩의 기본법, 주둔군법을 철저하게 지키고 국가주권과 안전, 발전이익을 확고하게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벽에 중국군이 홍콩으로 진입하는 모습이 SNS 등에 퍼지면서 한때 중국 본토의 군병력이 시위 진압에 투입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홍콩 경찰은 이번 주말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집회와 시위를 불허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재야단체인 민간인권전선(민전)은 31일 오후 홍콩 도심 센트럴 차터가든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집회 후에는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건물 앞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31일은 중국이 영국과의 홍콩 주권반환협정에서 합의한 ‘행정장관 직선제’ 약속을 어기고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년째 되는 날이다.

홍콩 경찰 소식통은 “31일 집회와 행진 모두 금지하기로 했다”며 “지난 주말 시위에서 투척된 화염병 수에서 알 수 있듯이 위험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민전이 주최하는 집회와 행진을 모두 불허하기는 처음이어서 더 큰 충돌을 초래하는 빌미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경찰과 민전이 집회와 행진을 둘러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와중에 이날 낮 12시50분쯤 민전의 지미 샴 대표가 한 카페에서 복면을 쓴 괴한 2명에게 습격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샴 대표는 동료가 막아선 덕분에 다치지 않았지만, 동료는 왼쪽 팔에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9월부터는 총파업과 동맹휴학도 예고돼 있다. 의료, 항공, 건축, 금융, 사회복지 등 21개 업종 대표는 홍콩 정부가 31일까지 시위대의 5대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9월 2일과 3일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총파업과 함께 침사추이 솔즈브리가든 공원과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 등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지난 5일 총파업 때는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고, 항공편이 대규모 결항되는 등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홍콩 내 10개 대학 학생회는 9월 2일부터 2주간 동맹휴학을 예고했고, 홍콩 시내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수업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날 열린 홍콩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는 검은 옷과 헬멧, 마스크를 착용한 수백명의 재학생들이 신입생들에게 동맹휴학 참여를 촉구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