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문회’ 같았던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입력 2019-08-30 04:03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가 29일 개최한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조국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모펀드 의혹에 관한 질의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은 후보자는 “가족이 펀드 운용에 개입했으면 불법적 요소가 있지만, 개입했는지를 알 수 없으므로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사모펀드 관련 조 후보자의 위법성을 거듭 제기했다.

은 후보자는 조 후보자의 사모펀드에 불법 요소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면계약이나 펀드 운용 개입 등이 확인되면 불법인 부분이 있다”면서도 “제가 확인한 바로는 불법적인 건 없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의 의혹 제기가 이어지자 “상상을 동원하면 엄청나게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말씀하시니 답답하다”며 “사실이 나온다면 이야기하는 게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도 말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금융위가 ‘청문회 금융 분야 쟁점 및 대응 방향’이라는 문건을 만든 것이 부적절하다며 “조국 일병 구하기가 눈물겹다”고 꼬집었다. 이에 은 후보자는 “직원들이 저를 공부시키려고 만든 것이지 특별히 조 후보자를 구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취임 후에 금융감독원장과 (조 후보자 사모펀드 건에 대한) 검사를 협의하겠다. 금감원에 사건이 이첩됐으니 금감원도 (조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육성에 대해서는 권장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은 후보자는 “조 후보자 의혹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사모펀드를 계속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을 했던 사람이라 당황스럽다. 펀드 자체는 육성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며 “사모펀드는 어차피 자기들끼리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족들끼리 한다고 문제가 되는 건 없다”고 했다. 공직자의 투자에 대해서도 “공직자가 특별히 영향력을 행사하면 문제지만,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으면 투자 자체를 부정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모펀드 관련 질의가 반복되던 청문회는 급기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법안 의결을 이유로 한국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정무위 한국당 간사인 김종석 의원은 “여당이 일방적으로 정개특위에서 공직선거법을 통과시켰다. 정치 도의상 받아들일 수 없고, 정상적 국회 운영을 할 수 없다고 보고 청문회에 참여할 수 없다. 퇴장하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한국당 의원들이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오후에 돌아오면서 청문회는 2시간여 만에 재개됐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