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의회 멈춰세운 존슨… “민주주의 파괴” 거센 비난

입력 2019-08-30 04:03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결정을 1면에 다룬 영국 언론들. AP연합뉴스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시한을 앞두고 오는 10월 14일까지 5주간 의회를 정지시키자 영국 내에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주의 파괴’라는 비판이 잇따르면서 존슨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 목소리와 의회중단 반대 청원이 급증하는 등 역풍이 불고 있다.

영국 가디언, BBC방송 등은 28일(현지시간) 노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이 존슨 총리에 대해 ‘독재자’ ‘쿠데타’ ‘헌법 위반’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비판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제1야당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의회를 정회할 게 아니라 의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변함으로써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존슨 총리가 하는 일을 막기 위한 입법을 가장 먼저 시도할 것”이라며 “적절한 시점에 내각 불신임안으로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의장 존 버커우 의원은 “헌법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라며 “국민들이 뽑는 의원들의 권리를 짓밟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겸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도 존슨 총리를 ‘변변치 않은 독재자(tinpot dictator)’로 표현하며 “민주적인 가치를 무자비하게 짓밟았다”고 맹비난했다. 스콧 루카스 버밍엄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1930년대 이후 가장 큰 헌법상 위기”라고 지적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존슨 총리는 앞서 다음 달 3일 예정된 의회 회기 개시를 5주 동안 연기해 10월 14일 개원키로 했다. 국내 정책을 담은 입법안 추진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의회의 브렉시트 논의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비판이 잇따르자 존슨 내각은 브렉시트 논의를 막기 위한 꼼수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브렉시트 반대론자들은 분노하며 거리로 나왔다. 영국 의회 앞에서는 시위대가 “쿠데타를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쳤고, 반(反)브렉시트 손팻말과 유럽연합기를 흔들며 총리 관저까지 행진했다. 현지 언론들은 주말을 기점으로 시위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의회 정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뜨겁다. 영국 의회 사이트에 올라온 ‘의회정회를 중단하라’는 청원에는 29일(한국시간) 오후 5시까지 약 124만명이 동의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