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안철상 이동원 대법관은 “삼성 측이 최순실씨에게 제공한 말들을 뇌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별개의견을 제시했다. 이들 대법관 3인은 삼성 측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지원하며 ‘승계작업’을 부정 청탁했다는 점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지만 소수의견에 머물렀다.
이 대법관은 29일 별개의견 대법관들을 대표해 “최씨가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로부터 ‘마필 위탁관리계약서를 작성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화를 낸 것은 황 전 전무가 최씨에게 말 ‘살시도’의 소유권을 확인하려 한 행동에 화를 낸 것”이라며 “소유권이나 실질적 처분권한의 이전을 요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대법관은 “최씨의 요구사항에도 패스포트의 ‘마주’ 란에 삼성전자를 기재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가 있을 뿐 살시도의 소유권을 요구하는 내용은 없다”고 했다.
고가의 말들이 뇌물이었다면 삼성 측이 그보다 소액인 차량은 돈을 받고 판 일이 설명되지 않는다고 이 대법관 등은 지적했다. 삼성의 ‘정유라 승마 지원’이 2016년 9월 언론에 최초 보도된 뒤 최씨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지원 사실을 숨기려 회의를 한 것도 별개의견의 근거로 제시됐다. 그때까지는 말들의 소유권이 최씨에게 넘겨지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이 대법관 등은 대법관 다수가 삼성 측의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었다고 결론지은 ‘승계작업’에 대해서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삼성 측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전자·삼성생명 지배력이 강해졌다고 해도 이는 구조조정을 통한 사업 합리화 등 여러 사후적 효과 중 하나일 뿐이라는 판단이었다.
한편 박정화 민유숙 김선수 대법관은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현대차그룹에 대한 납품계약 체결 요구 등에 대해 강요죄까지 인정해야 한다는 또 다른 별개의견을 냈다. 민 대법관은 “대통령 또는 경제수석비서관이 구체적인 요구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상대방에게 위구심(염려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