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20>] “하나님 만나게 해준 하정이는 선물”

입력 2019-08-30 00:03
희귀난치성 질환인 레녹스가스토증후군을 앓는 박하정양이 지난 27일 경기도 안산 자택에서 어머니 한지원씨(오른쪽)와 두 손을 잡고 기도하는 모습. 안산=송지수 인턴기자

경기도 안산 상록구 자택에서 지난 27일 만난 박하정(5)양은 겉으로는 아픈 아이로 보이지 않았다. 해맑은 미소를 띤 하정이는 처음 본 기자의 손을 잡으며 친근감을 표현했다. 엄마 한지원(45)씨는 “하정이가 외로워서인지 사람만 보면 좋아서 이런 반응을 보인다. 아무한테나 엄마라고 불러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정이는 돌이 되기 전 희귀난치성 질환인 레녹스가스토증후군(Lennox-Gastaut syndrome) 진단을 받았다. 소아기에 발병하는 간질 중 가장 심한 희귀 뇌병증이다. 경련과 발달 부전, 충동조절 장애 등 행동 장애가 특징이다. 증상이 심할 땐 하루에도 수십 번 바닥에 쓰러졌다. 이빨이 깨지고 얼굴에 멍이 드는 날이 수두룩했다.

아픈 하정이를 오랫동안 돌본 한씨의 얼굴엔 그늘이 져 있었다. 자녀 양육과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증이 심해져 밥을 제대로 못 먹은 지가 서너 달 된다고 했다. 한씨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덤덤히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2015년 손꼽히는 큰 병원에서 수술한 뒤 하정이가 바닥에 쓰러지는 현상은 다소 호전됐다. 그러나 수술 후 인지능력 발달 저하와 언어발달 지연 등으로 지적장애 3급, 뇌전증장애 1급 진단을 받았다. 음식물을 씹는 기능도 퇴화해 환자용 단백질과 탄수화물, 비타민 등을 섭취해야 한다.

수술 뒤 하정이의 상태가 나빠진 것을 보며 한씨는 절망했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저희 가정을 도울 분을 보내주셨어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간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에서 크리스천 의사 유일한 교수를 만났다. 유 교수의 도움으로 하정이는 조금씩 호전됐다. 2016년부터 다닌 안산동산교회 김성겸 목사 등 목회자와 성도들의 중보기도도 큰 위로가 됐다.

“강호길 교구 목사님과 15교구 성도님들이 밤낮으로 해주시는 중보기도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하정인 없었을 거예요. 이분들의 기도 덕분에 하나님이 하정이를 만져주셔서 걷게 되는 기적이 생긴 거예요. 교회에 다니며 하정이의 눈빛도 달라졌어요. 하나님을 만나니 이런 소망이 생겼답니다.”

하정이는 5세지만 또래보다 체구가 작고 인지능력이 낮아 일반 어린이집 4세 반에 다닌다. 하정이 아빠는 일용직이어서 수입이 일정치 않고 한씨는 하정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에도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 우울증 때문이다.

장애수당 등 정부지원은 바우처 외에는 90만원이 채 안 된다. 중학생인 하정이 오빠도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 우울증을 앓고 있다. 발달 부전을 겪는 하정이에겐 재활치료가 필요하지만, 병원비 때문에 엄두를 못낸다.

“하정이가 말을 하고 인지능력이 좋아지도록 간절히 기도합니다. 큰아들도 우울증을 극복하고 사춘기를 잘 보냈으면 좋겠어요. 하정이 때문에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하나님의 정’이라는 뜻을 가진 하정이는 우리 집의 선물이에요. 하정이로 인해 하나님을 만났거든요.”

안산=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2019년 7월 26일∼08월 26일/ 단위: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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